미스터리한 취업 제안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 손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듯했다. 메일을 보낸 지 겨우 30초, 이미 답장이 도착해 있었다. 자동 응답 메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한 내용. "김현우 님, 귀하의 이력서를 검토했습니다. 내일 오전 9시, 센텀시티 지하 3층 13번 회의실로 오십시오."
열두 번의 면접 실패 후, 나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구직 포털에서 우연히 발견한 '비전통적 인재를 찾습니다'라는 모호한 채용공고에 이력서를 제출한 것이 고작이었다. 회사명도, 업종도, 급여도 명시되지 않은 광고였다. 하지만 8개월간의 실업 상태는 의심할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센텀시티의 지하 3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승강기 버튼에는 지하 2층까지만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관리인 복장의 누군가가 다가와 카드키로 슬롯을 태그하자, 숨겨진 버튼이 나타났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3층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형광등의 희미한 빛이 긴 복도를 드러냈고, 바닥의 대리석은 내 발소리마저 삼켜버렸다. 13번 회의실 앞에 도착했을 때, 문 뒤에서 낮은 목소리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모든 소리가 멈췄다.
테이블 주위에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내가 이전에 지원했던 회사들의 면접관들이었다. 그중 한 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현우 씨, 드디어 왔군요. 당신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결정이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회사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패턴을 찾아내는 사람들을 찾고 있었어요. 열두 번의 면접에서 당신은 항상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했죠. 그것도 모두 논리적으로. 우리에게는 그런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테이블 중앙에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급여란에 적힌 숫자를 보고 나는 숨을 멈췄다. "이건... 연봉이 아니라 월급인가요?"
"맞습니다. 하지만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어요. 이 일은 위험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은 그 알고리즘이 예측한 미래의 변수들을 검증하게 될 겁니다. 실제 세계에서요."
펜을 들자 손이 떨렸다. 이상한 점은 그들이 내 결정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서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펜을 계약서에 가져갔을 때,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그들이 미래를 예측한다면, 나는 이미 그들의 알고리즘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서명을 마치자 회의실 불이 깜빡였다. 면접관 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환영합니다, 김현우 씨. 당신은 방금 자신의 미래를 바꿨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의 미래를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받은 첫 업무 메일을 열었을 때, 나는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이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메일의 첫 문장은 이랬다: "당신의 첫 임무입니다 - 이 메일을 받기 전의 당신을 찾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