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보드게임: 주사위가 굴리는 운명
뒤집힌 카드가 공개되는 순간, 스튜디오의 숨결이 멈췄다. "미연, 당신은 탈락입니다." 카메라의 붉은 불빛만이 차갑게 빛나는 세트장에서 나는 미소를 지어야 했다. 국내 최초의 아이돌 서바이벌 보드게임 쇼 '다이스 아이돌'의 마지막 참가자였던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잠깐만요, 이건 규칙에 없었어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PD는 무표정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숨겨진 타일이었습니다. 보드게임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죠." 스태프들의 차가운 눈빛 속에서 나는 꿈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를 들었다.
6개월 전, 대형 기획사 '다이스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공고를 봤을 때만 해도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돌과 보드게임의 만남, 당신의 운과 실력이 미래를 결정합니다." 나는 보드게임 마니아였고, 춤과 노래에도 자신이 있었다. 완벽한 조합이었다.
매주 토요일 생방송, 우리는 거대한 보드게임판 위에서 경쟁했다. 주사위를 굴려 이동하고, 미션 카드를 뽑아 춤, 노래, 랩, 연기를 평가받았다. 보드게임 전략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아이돌 기량으로 시청자 투표를 얻어야 했다. '카탄의 개척자'처럼 자원을 모으고, '다이셀 마스터'처럼 조합을 맞추며, '블러핑 게임'처럼 상대방을 속이는 전략이 필요했다.
연습생 24명으로 시작해 3명까지 살아남았다. 나와 지원, 그리고 유진. 최종 라운드에서 우리는 인생을 건 '울티마 보드'에 올랐다. 주사위는 나에게 유리했다. 완벽한 발성으로 고난도 춤을 소화했고, 관객은 열광했다. 승리가 보였다.
그러나 PD가 '숨겨진 타일'을 꺼냈다. "시청자들이 지루해하고 있어요. 극적 요소가 필요합니다." 모든 게 각본이었다. 진짜 게임은 카메라 밖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유진의 부모는 이 회사 주주였고, 지원은 유명 배우의 친척이었다. 나는... 그저 실력만 가진 무명이었다.
분장실에서 짐을 챙기는데, 작은 쪽지가 거울에 붙어있었다.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당신의 탈락은 새로운 보드게임의 시작입니다. - 익명의 제작자" 그리고 아래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다음 날, 그 주소를 찾아갔다. 낡은 빌딩 지하에는 '리버스 다이스'라는 작은 게임 회사가 있었다.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대표가 말했다. "기존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판을 뒤집을 준비가 되셨나요? 우리는 새로운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돌 킬러'라는..."
나는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내가 게임의 규칙을 만들 차례였다. 모든 게임에는 패배가 있지만, 진정한 게이머는 리셋 버튼이 어디 있는지 안다. 주사위를 굴리자.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