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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재회

보드게임 위의 재회: 완성되지 않은 게임

검은색 룩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순간,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10년 전의 그날을 보았다. 카페의 창가 자리, 체스판 위에서 우리의 손가락이 우연히 스친 그 순간을. 지금 이 보드게임 카페에서 마주친 유진은,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입술 한쪽을 미묘하게 올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체크,"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는 더 단단해졌지만, 승리를 앞둔 그 설렘은 여전했다.

주변에는 주사위 굴리는 소리, 카드를 섞는 소리, 플라스틱 말이 보드판 위를 미끄러지는 소리가 가득했다. 우리 둘 사이에는 체스판만이 놓여 있었다. 10년 전 갑자기 중단된 그 게임의 연장선처럼.

"넌 여전히 수비에만 집중하는구나," 유진이 말했다. 손가락으로 검은 퀸을 가볍게 두드리며. "인생도 그렇게 살았어?"

나는 킹을 옆으로 한 칸 움직였다. 도망치듯이. "모든 것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어. 게임에서도, 삶에서도."

유진은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쓸쓸함이 묻어났다. "그래서 그때 고백도 못 하고 도쿄로 떠났구나.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10년 전, 유학을 떠나기 전날, 카페에서 우리는 체스를 두고 있었다. 나는 그날 고백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전화가 울렸고, 급한 가족 일로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 미완성된 게임처럼, 우리의 이야기도 거기서 멈췄다.

"나 때문에 떠난 거였어?" 유진이 물었다. 그녀의 손이 보드 위에서 떨렸다.

"아니,"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비숍을 움직였다. "기회였어. 좋은 제안이 왔고..."

"체크메이트까지 세 수," 그녀가 말했다. "항상 그랬지. 넌 내 다음 수를 절대 예측하지 못했어."

그녀는 나이트를 움직였다. 예상치 못한 곳으로. 그리고 내 킹을 위협했다.

"그날... 돌아가려고 했어," 유진이 말했다. "급한 전화를 받고 나서도. 네가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걸 알았거든. 하지만 돌아왔을 땐 네가 없었어."

내 손가락이 킹 위에서 머뭇거렸다. "나도... 기다렸어. 한 시간을."

"나는 두 시간 후에 돌아왔어."

침묵이 우리 사이를 채웠다. 체스판 위의 말들이 제자리에 고정된 채, 우리의 이야기만 진행되고 있었다.

"인생은 보드게임과 달라," 내가 마침내 말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유진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럼 이 게임은 어떻게 끝낼까?"

나는 킹을 쓰러뜨렸다. 항복의 표시로. "이번에는 네가 이겼어. 하지만 다음 게임은..." 내 손이 그녀의 손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함께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