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미스터리: 낯선 사진첩
어머니의 장례식 날, 그녀가 평생 허락하지 않았던 서랍 속에서 발견한 사진첩은 내가 알던 부모님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낡은 가죽 표지 위에 새겨진 이니셜은 어머니의 것이 아니었다.
사진첩을 열자 오래된 종이 특유의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첫 장에는 젊은 어머니가 낯선 남자와 함께 있었다. 아버지가 아닌, 전혀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사진 뒷면에는 흐릿한 잉크로 "R과 함께, 1979년 마지막 여름"이라 적혀 있었다. 어머니의 손글씨를 바라보자 손끝이 떨렸다. 1979년이면 부모님이 결혼하기 전해였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가슴은 더 무거워졌다. 어머니와 그 남자는 다양한 장소에서 찍힌 사진들 속에서 점점 더 친밀해 보였다. 해변가, 산속 오두막, 그리고 어딘가의 병원 앞. 마지막 사진에서 어머니는 배가 불러 있었고, 그 남자는 어머니의 배에 손을 얹고 있었다. "마지막 초음파 검사 후, 우리 아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태어난 시기를 계산해보니, 그 아이는 나였다. 거실 벽에 걸린 부모님의 결혼사진을 바라보았다. 그곳의 아버지는 사진첩 속 남자가 아니었다. 30년 넘게 아버지라 불렀던 그 사람은 누구였던 걸까?
식탁 위에는 아버지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장례식 끝나면 함께 저녁 먹자. 너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사진첩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에는 병원 침대에 누운 어머니와 그 낯선 남자의 사진이 있었다. 남자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그가 떠난 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사진첩을 끝까지 살펴봤지만, 그 이후의 사진은 없었다. 마치 어머니의 삶이 그 순간 멈춰버린 것처럼. 오래된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다 발견한 'R. 김'이라는 이름 옆에는 어떤 주소가 적혀 있었다. 손에 쥔 자동차 열쇠가 떨렸다. 부모님의 숨겨진 과거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
장례식장을 나서며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녁 약속, 지킬게요. 그 전에 들를 곳이 생겼어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서 처음으로 그 낯선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어쩌면 부모님의 비밀은 내 정체성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