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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아이돌: 알지 못했던 그들의 세계

어머니의 서랍장에서 발견한 낡은 비닐 앨범은 내가 알던 부모님의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 그 순간까지 나는 우리 부모님이 그저 평범한 중년의 부부라고만 생각했다.

앨범 커버에는 '스타더스트'라는 그룹명과 함께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80년대 특유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가운데 서 있는 청년의 눈매가 묘하게 익숙했다. 그것은 분명 젊은 시절의 아버지였다. 손가락으로 비닐을 문지르자 먼지가 일었고, 오래된 플라스틱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뭘 보고 있니?"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앨범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흩어진 오래된 사진들, 잡지 기사 스크랩, 팬레터로 보이는 편지들. 어머니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이게... 아빠인가요?" 내 질문에 어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들킬 때가 됐나 보구나." 어머니는 바닥에 앉아 흩어진 추억들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너희 아빠는 한때 꽤 인기 있는 아이돌이었단다. 지금처럼 TV에 매일 나오는 그런 건 아니었지만, 작은 극장을 꽉 채울 정도로는 사랑받았지."

믿기지 않았다. 매일 아침 같은 회색 양복을 입고, 넥타이 매무새를 고치며 출근하는 우리 아버지가? 무뚝뚝하게 신문을 읽으며 가끔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 아버지가?

"그럼 엄마는요?" 내 질문에 어머니의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

"나는 너희 아빠의 팬클럽 회장이었어. 매주 공연장 앞줄에서 응원하다가 결국 악수회에서 용기를 내 전화번호를 건넸지. 그리고... 나머지는 역사가 됐구나."

그날 밤, 부모님은 오래된 VHS 테이프를 꺼내 함께 보았다. 화면 속 젊은 아버지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모습, 관객들의 환호성,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윙크하는 순간. 어머니는 그 장면에서 여전히 소녀처럼 설레는 듯했다.

아버지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갑자기 일어나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에 맞춰 두 사람은 어색하지만 리듬감 있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 부모님의 일상적인 모습 뒤에는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젊음과 열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다음 날, 학교 음악실에서 기타를 집어들었다. 내가 음악에 관심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어쩐지 오늘은 아버지의 노래를 배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이돌이었거나, 앞으로 누군가의 아이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지금 우리가 보는 평범한 부모님의 모습 뒤에는, 한때 누군가의 전부였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