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아이돌, 빛나는 그림자
나는 아이돌의 얼굴을 훔치는 사람이다. 셔터 소리와 함께 그들의 영혼 한 조각을 빼앗아 온다. 사람들은 나를 '아이돌 전문 사진작가'라고 부르지만, 사실 나는 도둑에 가깝다.
오늘도 나는 인기 걸그룹 '스타더스트'의 막내 지민을 기다리고 있다. 카메라 렌즈는 준비됐고, 손가락은 셔터 위에서 긴장감을 머금고 있다. 소속사 앞 인도에는 나와 같은 '도둑들'이 수십 명 늘어서 있다. 우리는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지만, 공통의 목표 앞에서는 묘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나왔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검은색 승합차의 문이 열리고 지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완벽한 미소가 있었다. 내 카메라는 광분하듯 셔터를 눌러댔다. 찰칵. 찰칵. 찰칵.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필사적 욕망이 손가락을 제어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지민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는 것을 내 렌즈가 포착했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찰나의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공허함이 내 카메라 속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보지 못한 진짜 지민의 모습을.
사무실로 돌아와 사진들을 확인하던 나는 그 한 장 앞에서 멈췄다. 완벽한 미소 뒤에 숨겨진 소녀의 피로와 고독이 담긴 사진. 이 사진은 내 커리어를 바꿀 수도 있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 조회수가 폭발할 것이 분명했다.
망설임 속에 지민의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 덕분에 오늘도 행복해요♥" 완벽하게 가공된 그녀의 글과 사진들. 그리고 그 아래 달린 수천 개의 댓글들. "지민아 오늘도 빛나!" "우리 지민 건강해야 해!" "널 보는 게 내 하루의 행복이야."
나는 손가락으로 삭제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 내가 본 진짜 지민은 무엇이었을까? 완벽해 보이는 아이돌의 가면 뒤에 숨겨진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내 욕망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했을까?
결국 그 사진은 내 하드 드라이브 깊숙한 폴더에 보관했다. 다음 날 스타더스트 공식 SNS에는 내가 찍은 다른 사진들이 올라왔다. 완벽한 미소, 빛나는 눈동자, 흠잡을 데 없는 표정의 지민. 댓글은 폭발했고, 나의 이름은 작게 태그되어 있었다.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들고 소속사 앞으로 간다. 셔터 소리와 함께 그들의 영혼을 빼앗으면서도, 빼앗긴 것은 오히려 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늘 평면적이니까. 아이돌이라는 환상과 현실 사이, 그 경계에서 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