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운동의 흔적
마지막 사진을 찍은 날, 그의 숨소리는 여전히 선명했다. 카메라를 어깨에 걸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아버지의 가쁜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숨소리는 그가 마지막으로 운동화 끈을 묶었던 날의 기억과 함께 흐릿한 필름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의 서재에는 먼지 쌓인 운동 기구들 사이로 사진첩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첫 번째 앨범을 펼치자 나는 그를 만났다. 마라톤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아버지. 손바닥에 땀방울 자국이 선명한 덤벨. 빛바랜 사진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생생했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꼭 뛰었어. 네 엄마 만나기 전에는 매일 뛰었지."
나는 두 번째 앨범을 넘겼다. 그의 삶은 운동과 사진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뉴욕 마라톤, 보스턴 마라톤, 그리고 마지막 서울 마라톤. 땀에 젖은 셔츠, 붉게 상기된 얼굴, 그리고 완주의 기쁨. 모든 사진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기록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사진이 끊겼다. 2010년 8월 15일 이후로는 달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병원 침대, 휠체어, 그리고 창가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들뿐. 그렇게 그의 운동은 멈췄지만, 사진은 계속되었다.
마지막 앨범에서 낯선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내가 찍은 적 없는, 아버지도 찍지 않았을 사진. 구부정한 내 뒷모습이 담긴 사진.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 모습. 뒤집어보니 어제 날짜가 적혀 있었다.
"아버지의 시선으로 본 세상. 첫 번째 사진."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때 서랍에서 노란 편지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내 아들에게. 몸은 멈췄지만, 내 시선은 멈추지 않았다. 네가 나의 마지막 운동이었다. 너를 지켜보는 것, 그것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이제 내 카메라를 들고, 내 운동화를 신어라."
서랍 안에는 오래된 운동화 한 켤레와 접힌 지도가 있었다. 지도에는 붉은 선으로 경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완주하지 못한 마지막 마라톤 코스였다. 나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카메라를 목에 걸었다. 오늘부터 나는 달릴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사진에 담을 것이다. 아버지의 숨결을 따라, 내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