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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재회

마지막 생존자의 재회

거대한 폐허 위에 내리는 회색빛 눈이 신발 밑에서 소리 없이 녹아들었다. 살아남은 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더 이상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지 오래였다.

민준은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방사능 측정기를 확인했다. 숫자는 여전히 빨간색으로 깜빡였지만, 어제보다는 나아진 수치였다. 아마도 오늘은 지하 벙커에서 밖으로 나와도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가슴 한구석에 피어올랐다. 그가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6개월 전이었다. 통신망이 완전히 무너진 이후로 생존자를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늘만... 오늘만 누군가를 찾을 수 있다면..." 민준의 목소리는 바람에 휩쓸려 멀리 사라졌다.

폐허가 된 도시를 헤매는 동안, 기억은 늘 과거로 돌아갔다. 재앙이 닥치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서연이었다. 대학 연구실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이자, 말하지 못한 마음을 담은 사람. 혼돈의 순간, 그녀는 다른 피난처로 향했고, 민준은 그녀의 안부를 알 길이 없었다.

폐허가 된 쇼핑몰 앞에서 민준은 멈춰 섰다. 저 멀리 움직이는 형체가 보였다.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숨을까, 아니면 다가갈까. 그동안 만났던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은 대부분 위험했다. 굶주림과 고립이 인간성을 앗아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직감이 그를 앞으로 밀어냈다. 사그라들었던 희망이 다시 타오르는 것 같았다.

"누구... 누구세요?" 민준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갈라졌다.

형체가 돌아섰다. 먼지와 재로 뒤덮인 얼굴, 그러나 그 눈동자는 착각할 수 없었다.

"민준씨...?" 서연의 목소리였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는 동안,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춘 것 같았다. 서연의 얼굴은 더 야위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강인했다. 그녀의 손에는 낡은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살아있었구나..." 말보다 먼저 눈물이 흘렀다.

서연은 노트북을 열어 보였다. "새로운 항생제 공식이에요. 지난 6개월간 혼자 연구했어요. 이게... 이게 우리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몰라요."

생존과 재회. 두 단어는 이제 그들에게 단순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미래였고, 약속이었다. 첫눈이 내리던 그날, 두 과학자의 손에 쥐어진 희망의 씨앗은 폐허가 된 세상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민준은 폐허 너머 희미하게 비치는 햇빛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들은 마지막 생존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비록 그들이 마지막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