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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아이돌: 빛나는 그림자

지금도 그 소설을 쓰는 내 손가락은 떨리고, 그가 무대 위에서 내 이름을 불렀던 순간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나는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가 김하연. 그는 국내 최고의 아이돌 그룹 '스타라이트'의 리더 서준우. 우리의 만남은 그저 작가와 취재 대상의 관계로 시작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모티브가 저라고요?" 처음 만난 날, 준우는 호텔 라운지의 은은한 조명 아래서 미소를 지었다. 커피 향이 공간을 채우는 동안, 나는 내 다음 로맨스 소설의 남자 주인공 모델이 그라는 사실을 설명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어쩐지 낯설었다. 팬들의 환호성과 카메라 플래시에 익숙한 그의 일상 속에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인터뷰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한 달, 두 달. 그의 말과 행동,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내 소설의 페이지를 채웠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소설 같아요. 모두가 완벽한 환상을 원하죠. 하지만 무대 뒤에선..." 그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갑자기 그는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 불안과 고독, 끝없는 자기검열의 일상을.

소설이 출간되기 하루 전날 밤,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일 콘서트에 와주세요.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2만 명의 팬들 사이에서 나는 그저 하나의 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앙코르 무대, 그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특별한 분이 계십니다. 제 진짜 모습을 소설로 써주신..." 공연장이 순간 얼어붙었다.

다음 날 아침, 모든 연예 뉴스 헤드라인은 동일했다. '스타라이트 준우, 소설가와의 스캔들'. 소속사는 즉각 부인했고, 나는 수많은 팬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그냥 홍보용 관계였을 뿐"이라고 말해달라는 소속사의 요청이 왔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소속사 회의실에서 만난 그날, 준우는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진실을 말해도 되나요, 하연 씨? 소설처럼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나는 말없이 노트북을 열고 새 문서를 만들었다. 제목은 '아이돌의 진실'.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모든 화려한 무대 위의 삶도, 결국은 누군가가 쓴 소설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쓰기 시작했다. 환상이 아닌 진실을, 소설이 아닌 현실을. 때로는 가장 허구적인 이야기가 가장 진실에 가까울 때가 있다. 오늘도 그는 무대 위에서 빛나고, 나는 그 빛나는 모습 뒤에 숨은 그림자를 소설로 써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