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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재회

소설 속 재회: 지워진 페이지를 다시 쓰다

소설 속에서 죽은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문장으로만 존재하던 그녀가 갑자기 살과 피를 입고 나타난 것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사라져야 할 그녀가 이제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요, 작가님. 갑자기 찾아와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내가 3년 전 쓴 소설 속 인물이었다. 마지막 장에서 내가 직접 그녀의 죽음을 써내려간 인물. 독자들은 그 결말에 분노했고, 나는 그 비난을 감수했다. 그녀의 죽음이 소설에 필요했으니까.

"가능한 일이 아니잖아," 내 목소리가 떨렸다. "넌 존재하지 않아. 내가 창조한 허구야."

그녀는 미소 지었다. 내가 그토록 세밀하게 묘사했던 바로 그 미소였다. 오른쪽 입꼬리가 살짝 더 올라가는. 그 순간 찬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 향기는 내가 한 번도 글로 쓴 적 없는 것이었다. 소나무와 바다가 섞인 냄새. 생생했다.

"작가님이 만든 세계에서 저는 죽었지만, 다른 세계에서는 살아 있어요. 모든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내 책상 위에 놓인 미완성 원고를 바라보았다. 3년 동안 한 줄도 써내지 못한 새 소설이었다.

"그 뒤로 글을 못 쓰고 계신 거죠?" 그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죽인 후, 나는 더 이상 어떤 인물도 창조할 수 없었다. 그녀의 죽음이 내 안의 무언가를 함께 죽인 것 같았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함께 새 이야기를 쓰는 거예요. 이번에는 제가 직접 제 운명을 선택할 수 있게요."

그녀는 내 펜을 집어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펜에 닿는 순간, 잉크가 종이 위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글자들이 스스로 형태를 갖추어 갔다. 나는 그 문장들을 읽었다.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이건... 불가능해," 내가 중얼거렸다.

"소설이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법 아닌가요?" 그녀가 웃었다. "당신이 저를 창조했듯, 이제 제가 당신을 다시 창조할 차례예요."

그날 밤, 우리는 함께 글을 썼다. 그녀가 살아있는 이야기를. 내가 그녀를 죽였던 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를. 창밖으로 별들이 사라질 무렵, 나는 깨달았다. 작가와 인물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 모두 누군가의 소설 속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소설 속 재회가 실제보다 더 진실할 수 있다는 것을.

아침이 밝아올 때, 내 책상 위에는 완성된 원고만 남아있었다. 그녀는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 속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녀의 필체로 쓰인 문장이 있었다: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의 첫 문장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