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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아이돌

스트레스 아이돌: 완벽한 미소 뒤에서

형광등이 깜빡일 때마다 민지의 가면은 더 단단해졌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완벽했다. 반짝이는 의상, 정교하게 그린 아이라인,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미소.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만큼은 그녀는 국민의 아이돌 '루시'였다.

"루시, 5분 후 생방송이야!" 매니저의 목소리가 분장실 문을 두드렸다. 민지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손끝에서 미세하게 떨림이 느껴졌다. 요즘 들어 더 심해지는 증상이었다. 3년 차 아이돌, 그녀는 이제 스트레스가 어떻게 몸을 잠식해가는지 너무나 잘 알았다.

무대 위로 올라서자 천 명의 팬들이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조명이 눈을 찌르고, 귀가 멍해질 정도로 함성이 울려 퍼졌다. 민지는 그 소리를 듣자 자동적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미소 뒤에 숨겨진 통증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루시! 우리가 널 사랑해!" 첫 줄에 선 팬의 함성이 들려왔다. 민지는 그쪽을 향해 윙크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가슴이 조여들었다.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안 돼, 제발.' 그녀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무도 민지의 내면의 폭풍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분장실로 돌아온 그녀는 문을 잠그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여전히 완벽했지만, 그 눈은 공허했다. 손이 떨려와 물병을 들 수 없었다.

"괜찮아, 민지야. 그냥 일시적인 거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였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이게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의사는 이미 경고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성 불안장애입니다. 휴식이 필요해요.'

그날 밤, 민지는 SNS에 완벽한 미소의 셀카를 올렸다. "오늘도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어요♥" 해시태그에는 #최고의팬 #감사해요 #완벽한하루 같은 단어들이 줄지어 있었다. 게시물이 올라가자마자 좋아요와 댓글이 폭주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민지는 가방에서 약병을 꺼냈다. 수면제, 항불안제, 진통제... 그녀의 일상을 지탱하는 것들이었다. 손가락이 약병 위를 맴돌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먹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어머니였다. "민지야, 잘 지내니? 요즘 TV에서 너 봤어, 항상 웃고 있더라.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통화를 마친 민지는 거울 앞에 다시 섰다. 천천히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레이어가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루시는 사라지고 그저 스물셋 청년 민지만 남았다. 마지막 화장을 지우고 나자, 그녀는 오랜만에 자신의 맨얼굴을 마주했다. 피곤함과 불안으로 가득 찬, 하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표정이었다. 내일은 또 루시가 되어야 했지만, 오늘 밤만큼은 그냥 민지로 숨을 쉬고 싶었다. 약병을 도로 가방에 넣으며, 그녀는 조용히 결심했다. 언젠가는 루시의 미소와 민지의 진심이 같아지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