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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기재회

돌아온 썸타기: 10년 만의 재회

네가 웃을 때마다 심장이 멎는 느낌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널 발견했을 때, 시간이 멈춘 듯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우리는 서로에게 "거의 사귀는 사이"였지만, 결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전형적인 '썸타기'의 교과서적 사례였던 우리.

"정현아, 여기 앉을래?" 내 목소리가 떨렸다. 의자를 빼주는 내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네가 눈치챘을까. 너는 여전히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앉았다. 아메리카노에서 피어오르는 김처럼, 오래된 기억들이 흐릿하게 피어올랐다.

"10년 만이네. 어떻게 지냈어?" 네 목소리는 조금 더 성숙해졌지만, 그 특유의 부드러움은 그대로였다. 창밖으로 내리는 가을비가 유리창에 작은 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 사이의 흐르는 시간처럼.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렀다. 내가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는 이야기, 네가 해외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 표면적으로는 두 어른의 안부 교환이었지만, 우리의 눈빛은 여전히 그때 그 고등학교 옥상에서의 썸타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너 알아? 사실 난 네가 먼저 고백할 줄 알았어." 네가 갑자기 던진 폭탄. 카페의 분위기 좋은 재즈가 갑자기 멀게 들렸다. "난... 네가 먼저 할 줄 알았는데." 내 답변에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찔한 10대의 교착 상태가 30대까지 이어진 아이러니.

커피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창밖의 비가 그치고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카페 조명이 따뜻하게 바뀌면서 너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 신비로워 보였다.

"이번엔 내가 먼저 물어볼게." 네가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우리 미뤄뒀던 첫 데이트 어때?"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10년 동안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우리의 '썸'이 마침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순간이었다.

"근데 사실..." 네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반짝이는 웨딩 밴드. "내가 이번에 프로젝트 때문에 서울에 왔는데, 남편이랑 같이 온 거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 진짜로."

선명한 오해였다. 나는 그저 미소 지었다. 썸타기의 달인이었던 우리는 이렇게 재회했지만, 결국 우리의 타이밍은 10년 전처럼 어긋나 있었다. 너를 배웅하며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거의'라는 단어에 갇힌 채, 다음 재회를 기다리는 중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