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돌의 남편
아내가 새벽에 홀연히 사라진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그녀의 옷장 안에 숨겨진 가발과 무대의상을 발견했다. 민지는 5년 전 우리가 결혼했을 때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직업은 이제 막 데뷔한 걸그룹의 메인보컬이었고, 나는 그 사실을 모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화가 났다. 매일 밤 야근이라며 늦게 들어온다던 그 시간들, 주말마다 친구들과 여행 간다며 사라지던 그 날들.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나는 우리 아파트의 작은 거실에 앉아 그녀가 속한 '스타라이트'의 뮤직비디오를 돌려보았다. 화려한 조명 아래, 완벽한 메이크업과 안무로 춤추는 그녀는 내가 알던 민지와는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아내가 왜 이중생활을 하게 됐는지 이해가 갔다. 5년 전, 우리가 만났을 때 그녀는 데뷔를 앞둔 연습생이었다. 소속사는 아이돌의 결혼이 팬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지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저 두 세계를 분리해 살아왔던 것이다.
그녀의 메이크업 테이블 서랍 안에서 작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어제 날짜와 함께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팬들이 우리 결혼 사실을 알아냈어. 소속사가 선택을 강요해." 그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하자 충격적인 뉴스가 쏟아졌다. '스타라이트 민지, 비밀 결혼 스캔들로 그룹 탈퇴 선언'.
심장이 무너져내렸다. 그녀는 나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 아니, 어쩌면 선택을 강요받았다. 소셜미디어는 이미 '민지의 남편'을 찾아내기 위한 마녀사냥으로 들끓고 있었다. 모두가 나를 그녀의 커리어를 망친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지가 돌아왔다. 화장기 없는 얼굴, 소박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리고 손에는 작은 캐리어가 들려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표정은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
"미안해," 그녀가 말했다. "모든 걸 숨겨서."
"나도 미안해," 내가 답했다. "네 꿈을 망쳐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선택한 거야." 그리고 그녀는 미소지었다. "이제 진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날 밤,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의 모든 것을 알게 된 부부로서 함께 잠들었다. 창문 밖으로 팬들과 기자들의 함성이 들렸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평온했다. 아이돌의 남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사랑의 형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