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다이어트: 거울 속 진실
거울은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마주하는 그 차가운 유리 위에 맺힌 내 모습은 어제보다 더 살찐 것만 같았다. 오늘도 난 그 위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0.1kg의 증가를 찾아내며 자책했다.
"수아, 내일 신보 티저 촬영이야. 좀 더 신경 써." 매니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데뷔 5년 차 아이돌 그룹 '스타라이트'의 메인보컬 이수아. 그것이 내 이름표였다. 하지만 그 이름표 옆에는 늘 작은 글씨로 쓰인 또 다른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룹에서 '유일하게 표준 체중을 넘는 멤버'. 팬들은 모른다. 내가 마지막으로 배고프지 않았던 날이 언제인지를.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변기를 붙잡았다. 오늘 먹은 반 개의 사과와 물 한 잔을 토해낼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러지 못했다. 대신 고통스럽게 복근 운동 50개를 더했다. 땀이 눈을 파고들어 시렸다.
"완벽해 보이네요. 오늘 촬영분은 정말 좋아요." 사진작가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나는 모니터에 비친 내 모습이 여전히 불만이었다. 다른 멤버들처럼 가늘지 않은 팔, 조금 튀어나온 뺨. 이것들이 내 눈에만 보이는 결점인지, 모두가 보는 결점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날 밤, 팬카페에서 우연히 본 댓글이 가슴을 찔렀다.
"수아 요즘 너무 말랐어... 아프지 않았으면..."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보는 나와 그들이 보는 나는 왜 이렇게 다른 걸까. 다음 날, 기획사 영양사와의 정기 상담. 그녀는 내 차트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수아씨,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당신은 지금 저체중이에요. 더 이상의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칠 수 있어요."
그 말이 거짓말처럼 들렸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여전히 부족해 보였으니까. 숙소에 돌아와 멤버들의 방을 지나치는데, 막내 지수가 울고 있었다.
"언니, 나 이번에 2kg 더 빼래... 근데 더 이상 어떻게 빼야 할지 모르겠어..."
지수의 손목은 이미 내 두 손가락으로 감길 정도로 가늘었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거울 앞에서 울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 다른 몸을 가졌지만,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다음 날 아침, 거울 앞에 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체중계를 밟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고 내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배부르게 아침을 먹었다. 무대에서 내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한 연료를. 팬들에게 진짜 나를 보여주기 위한 용기를.
거울은 이제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은 아이돌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우리의 흔들리는 자아가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거울 속 그 모습이 오늘따라 아름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