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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드게임

아이돌의 보드게임: 움직이는 말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인기라는 건 보드게임과 같아. 한 번 주사위를 던지면, 돌아올 수 없어." 데뷔 첫날, 매니저가 내게 했던 말이다. 당시엔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지금은 안다. 너무나도 잘.

화려한 조명이 내 얼굴을 비추고, 팬들의 함성이 귓가를 울린다. '라이즈 스타'의 센터로서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는 수많은 연습생들이 꿈꾸던 곳이다. 하지만 누구도 모른다. 내가 매일 밤 호텔 방에서 혼자 보드게임을 펼쳐놓고 앉아있다는 것을. 그것만이 내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오늘도 '인생게임' 보드를 펼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실제 인생은 이 게임보다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다. 주사위를 던지고, 말을 움직인다. 카드 한 장을 뽑는다. '스캔들 발생 - 세 칸 뒤로 이동'.

쓴웃음이 나온다. 지난달 사생팬이 퍼뜨린 거짓 루머가 생각난다. 그때 회사는 내게 "조용히 있으라"고만 했다. 말 한 마디 할 수 없었다. 보드게임의 말처럼, 나는 그저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존재였다.

멤버들은 내가 보드게임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린 이미 인생의 승자잖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이 게임판에서 '승자'란 없다는 것을. 단지 더 오래 살아남는 말들만 있을 뿐.

때로는 상상한다. 내가 이 게임판을 뒤엎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계약을 파기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평범한 스물셋 청년으로 돌아간다면?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한 번 던진 주사위는 돌이킬 수 없으니까.

휴대폰이 울린다. 매니저다. "내일 새벽 4시 스케줄이에요. 일찍 자요." 말없이 전화를 끊는다. 보드게임의 말들을 정리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이 게임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것이 내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주사위조차 내 손으로 던질 수 없으니까.

거울을 본다. 완벽한 아이돌의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눈 속에는 고독한 게이머의 모습이 숨어있다. 침대에 누워 생각한다. 보드게임은 언젠가 끝이 온다.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이 게임은, 말이 완전히 부서져 버릴 때까지 계속된다.

내일도 나는 웃을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사인하고, 포즈를 취할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또다시 보드게임을 펼쳐놓고 잠시나마 내 인생의 주사위를 손에 쥘 것이다. 이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나는 게임판 위의 말이자 동시에 플레이어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