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그림자: 부모님이 모르는 빛
스포트라이트가 내 얼굴을 비추는 순간,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땀에 젖은 연습복을 입고 있던 이수진은 사라지고, 아이돌 '크리스탈'이 태어난다. 귓가를 울리는 함성 소리는 마약과도 같았다.
무대에서 내려와 대기실 거울 앞에 앉자 화려한 메이크업 아래 숨겨진 내 얼굴이 보였다. 스물셋. 데뷔한 지 5년째지만, 여전히 날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빛은 고등학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 딸, 언제 제대로 된 직업 가질 거니?"
오늘도 휴대폰에는 부재중 전화 세 통. 모두 엄마였다. 마지막 부재중 전화 아래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아빠 생신이야. 올 수 있니?"
화려한 조명 아래서는 완벽한 미소를 짓던 내가 차갑게 식어가는 대기실에서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스케줄이 있어요. 다음에 갈게요."
거짓말이었다. 오늘 밤은 3년 만에 얻은 귀중한 휴식일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또다시 듣게 될 말들이 두려웠다. "아직도 그 일해?" "언제 결혼할 거니?" "저축은 하고 있어?"
매니저가 문을 두드렸다. "이수진 씨, 팬들이 아직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사인회 시작할게요."
내가 갖은 고생 끝에 얻은 이 자리를, 부모님은 '제대로 된 직업'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이, 그들에게는 그저 '일시적인 변덕'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인회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벽에 걸린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부모님은 내 어깨를 감싸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는 내가 의대에 지원할 거라고 믿었으니까.
한밤중에 문득 용기가 났다. 휴대폰을 집어들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생신 축하해요... 저... 내일 아침 일찍 가도 될까요? 케이크도 가져갈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래, 우리 딸. 어제 네 무대 봤다. 유튜브에서... 엄마가 알려줬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정말요?"
"그래... 네가 빛나는 모습이... 자랑스럽더구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토록 원했던 말이었다. 아이돌이라는 화려한 직함 뒤에 숨어있는 외로운 소녀는, 결국 부모님의 인정만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케이크를 들고 부모님 집 초인종을 눌렀을 때, 문 앞에는 내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의 미소가, 스포트라이트보다 더 따뜻하게 나를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