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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썸타기

아이돌의 썸타기: 보여주기 위한 사랑

카메라가 꺼진 순간, 우리의 손가락은 마치 서로 닿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긴장감 있게 떨어져 있었다. 팬들에게는 절대 보여줄 수 없는 거리, 1센티미터의 간극. 우리는 그 거리 안에서 5년째 썸을 타고 있었다.

"재민 씨, 조금만 더 미소를 지어줄래요? 네, 그렇게! 그리고 수아 씨, 재민 씨 쪽으로 살짝만 더 기대요." 카메라맨의 지시에 나는 재민의 어깨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우리 그룹 '스타라이트'의 주간 콘텐츠 촬영이었다. 팬들이 열광하는 우리의 케미스트리가 회사의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였으니까.

스튜디오의 조명이 재민의 얼굴을 비출 때마다 그의 콧대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섬세하게 움직였다. 달콤한 시트러스 향의 그의 향수가 내 코끝을 스쳤다. 화려한 팬서비스 뒤에 숨겨진 진짜 감정들이 내 심장을 조여왔다.

"오늘 촬영 끝나고 뭐해?" 휴식 시간, 재민이 물었다.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눈빛은 달랐다.

"기숙사에서 쉴 거야, 아마도."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심장은 제멋대로 뛰었다.

"옥상에서 별 보는 거 어때? 오늘 밤하늘 맑대." 그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우리의 비밀 약속. 옥상에서의 만남은 언제나 '우리'만의 시간이었다. 카메라도, 매니저도, 팬들도 없는. 그저 수아와 재민으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촬영장을 나서는 순간, SNS는 이미 우리의 '썸네일'로 도배되고 있었다. #재민수아 #최애커플 #썸인정 같은 해시태그가 트렌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팬들은 연기가 아닌 진짜를 보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연기라고 생각했다.

밤 11시, 기숙사 옥상.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깜빡였다. 재민이 내 어깨에 자켓을 둘렀다.

"회사에서 우리보고 뭐래?" 내가 물었다.

"뭐, 늘 하는 말이지. '팬서비스는 좋지만 진짜 사귀는 건 안 된다'고. 5년 차 아이돌에게 연애는 치명적이라나." 재민의 목소리에서 쓸쓸함이 묻어났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이 감정을 진짜로 인정하는 순간, 우리의 커리어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계속 '썸'만 탔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가끔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처럼 손잡고 걷고 싶어." 내가 말했다.

재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가 손잡은 사진은 이미 인터넷에 수백만 장 있잖아."

"그건 달라. 그건... 보여주기 위한 손잡기잖아."

침묵이 우리 사이를 채웠다. 별빛 아래, 우리는 서로의 손을 1센티미터 간격으로 놓았다. 카메라 앞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면서도, 정작 진짜 우리만의 순간에는 그 작은 거리조차 넘지 못했다.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이 영원한 '썸타기'를 끝내기로.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여 재민의 손을 찾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손이 만났을 때, 깨달았다 - 아이돌의 삶에서 가장 위험한 팬서비스는 진심이 되어버린 연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