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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취업

아이돌의 취업: 이면의 현실

멤버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연습실에서 혼자 남은 지아는 거울 속 자신을 마주했다. 데뷔 7년 차 아이돌, 오늘 아침 소속사에서 받은 '계약 만료' 통보가 귓가에 맴돌았다.

"인기 있을 때 다른 일 준비해둬," 데뷔 초 선배의 조언이 이제야 가슴에 박혔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팬들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들은 언제나 무대 위 완벽한 지아만 보았다. 새벽 4시까지 이어진 연습과 체중계 앞에서의 절망, 소셜미디어의 악플이 뼈에 새겨진 28살의 김지아를 아는 이는 없었다.

지아는 핸드폰을 켰다. 취업 사이트 애플리케이션이 다운로드되는 동안, 데뷔 무대 영상을 열었다. 열여덟 살의 자신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리 꿈을 보여드릴게요!" 그때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지금은 아이러니하게 들렸다.

이력서를 작성하며 '경력'란을 바라보던 지아는 마른 웃음을 지었다. '아이돌 그룹 멤버 7년'이라는 경력이 일반 기업에서 어떤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각종 예능에서 보여준 임기응변, 수만 명 앞에서의 프레젠테이션 능력, 끝없는 연습으로 단련된 인내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언니, 나 이제 뭐 하지?" 그룹 막내에게 보낸 메시지에 답장이 왔다. "걱정마, 우리가 가진 건 스포트라이트만이 아니잖아." 막내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들이 가진 것은 분명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힘, 수많은 실패 후에도 일어서는 회복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빛을 찾아가는 능력.

지아는 몇 시간 동안 자신의 이력서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아이돌 활동'이라는 단어를 '퍼포먼스 디렉터', '콘텐츠 기획자', '팀 프로젝트 리더'로 바꿔 적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은 마치 안무를 창작하는 것과 비슷했다. 고통스럽지만, 결국 자신만의 작품이 완성되는 기쁨이 있었다.

첫 면접 제안이 들어온 건 이력서를 수정한 지 2주 만이었다.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회사였다. "당신의 경험이 우리 회사에 독특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메일을 읽으며 지아는 처음으로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이 단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면접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지아는 무대 위가 아닌 회의실에 선 자신을 상상했다. 카메라 플래시 대신 프로젝터 불빛, 팬들의 함성 대신 동료들의 고개 끄덕임. 낯설지만, 어쩌면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있었다.

지아는 거울 속 자신에게 속삭였다. "이제는 내가 만든 무대에서 춤추자." 아이돌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꺼졌지만, 그 빛으로 단련된 자신의 모든 것이 새로운 인생의 무대를 밝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