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연애: 빛나는 순간의 그림자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여름 연애는 가을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는 걸. 그래도 난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해변의 모래는 우리 발바닥을 지글지글 태웠다. 서로의 시선을 피해 바다만 바라보던 첫날, 그의 검게 그을린 어깨와 소금기 묻은 웃음이 내 마음속에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우리는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그것이 녹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동안 서로의 입술에서 달콤함을 나눴다. 저녁이면 바다 내음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의 땀 젖은 옷깃을 간지럽혔다. 그때마다 그는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네 눈동자가 별빛보다 더 빛나"라고 속삭였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우리의 연애는 무르익었다. 에어컨도 없는 그의 작은 원룸에서 우리는 서로의 체온만으로도 뜨거웠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 아래, 그의 땀방울이 내 가슴 위로 떨어질 때마다 나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고 바랐다. 매미 소리가 귓가를 울리던 오후의 공원 벤치,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오래된 책방, 밤바다를 바라보며 나눈 서툰 고백들. 모든 순간이 반짝이는 유리 파편처럼 아름답고 위태로웠다.
"가을이 오면 난 떠나야 해." 그가 말했던 날, 하늘은 유난히 파랗게 빛났다. 워킹홀리데이가 끝나면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남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묻는 그의 눈빛은 이미 가을을 담고 있었다. 우리는 '안녕'이라는 단어를 연습하는 대신, 더 깊이 사랑하기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사랑은 끝이 정해진 순간부터 더욱 절실해졌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처럼, 시간은 늘어나는 듯 하다가도 한순간 우리 손을 빠져나갔다. 정오의 태양이 가장 뜨거울 때, 우리의 연애도 가장 강렬했다. 그러나 태양이 그러하듯, 가장 밝게 빛나는 순간이 지나면 서서히 기울 수밖에 없는 법이다.
공항에서 그를 보낸 날, 도시의 열기는 여전했지만 어딘가 가을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의 마지막 키스는 여름의 맛이 아닌, 쓸쓸한 가을바람 같았다.
지금도 가끔 무더운 여름날이면, 나는 창가에 앉아 생각한다. 어쩌면 모든 여름 연애는 그렇게 끝나도록 설계된 것인지. 계절처럼 찾아왔다가 계절처럼 떠나가는 사랑이, 평생 사랑보다 덜 아름다운 것은 아닐 테니. 냉장고에서 꺼낸 수박 한 조각에서, 나는 여전히 그 여름의 달콤함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