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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재회

여름의 재회: 그날의 파도소리

그때 그 소리를 다시 들었을 때, 나는 열여덟 살의 내가 되었다. 여름 해변의 끝자락에 홀로 서서, 귓가를 채우는 파도 소리가 십 년 전의 기억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알들이 오후의 시간을 금빛으로 물들이던 그날처럼.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굳어버린 내 어깨.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발자국 소리가 모래 위를 짓밟으며 내게 다가왔고, 곧 그의 그림자가 내 것과 겹쳐졌다.

"준호야." 내 입술이 떨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십 년 전, 열여덟의 여름날, 우리는 이 해변에서 이별했다. 그날의 마지막 노을빛이 우리의 마지막 인사를 비추었다. "내년 여름에,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 그의 약속은 바람에 실려 사라졌고, 나는 기다렸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뜨거운 모래 위에 서서 나는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십 년의 세월이 그의 얼굴에 섬세한 주름을 그려 넣었지만, 그의 눈빛만은 그대로였다. 바다를 닮은 깊고 푸른 눈동자.

"미안해.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그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에 묻혀 희미했지만, 그 진심은 선명하게 전해졌다.

"왜 이제 왔어?" 내 질문은 비난이 아닌 순수한 궁금함이었다.

"매년 이 날 이 시간에 여기 왔어. 네가 없을 뿐이었지." 그의 대답에 나는 숨을 멈췄다. 우리는 서로 다른 날, 다른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우리의 약속은 모호했다. '여름', '이 자리'. 하지만 우리에게 그 여름날은 각자의 의미였고, 그 자리는 각자의 위치였다. 십 년간 우리는 서로를 찾아 헤매었으나, 한 걸음씩 어긋나고 있었다.

그날 오후, 우리는 해변 카페에 앉아 십 년의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유학, 나의 직장, 그리고 우리가 간직했던 서로에 대한 기억들. 미처 말하지 못했던 진심들이 여름 햇살 아래 녹아내렸다.

해가 질 무렵, 우리는 다시 그 자리에 나란히 섰다. 같은 바다, 같은 모래사장이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랐다. 그의 손이 내 손을 찾았고, 그 따스함이 십 년의 시간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여름은 끝나고 가을이 오지만, 우리의 재회는 이제 시작이야." 그의 말에 나는 미소 지었다. 파도 소리가 우리의 약속을 다시 한번 증명하듯 규칙적으로 해변을 쓸어갔다. 이번에는 어긋나지 않을 약속을, 우리는 바다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