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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미스터리

여사친의 미스터리: 그녀가 남긴 수수께끼

그녀의 침대 위에 놓인 마지막 메모에는 단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나를 찾지 마."

서연은 대학 4년 내내 내 '여사친'이었다. 그저 친구라고 불리기엔 너무 가까웠고, 연인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먼 거리. 우리는 그 애매한 경계를 즐겼다. 밤샘 과제를 함께하고,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서 나란히 앉아 공부했으며, 가끔은 술에 취해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어제부터 그녀가 연락이 두절됐다.

서연의 원룸 문은 열려 있었다. 방 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정갈했다. 책상 위에는 반쯤 마신 아메리카노가, 침대 옆에는 그녀가 항상 읽던 미스터리 소설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서연은 없었다. 침대 위에 놓인 메모지만이 그녀의 존재를 증명했다.

"나를 찾지 마."

그녀의 필체는 단정했지만, 마지막 획에서 살짝 떨린 흔적이 보였다. 공기 중에는 그녀가 즐겨 쓰던 라벤더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창문 너머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침대 옆 협탁에서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는 '엄마'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서연이니? 어제 병원에서 결과 받았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떤 병원? 어떤 결과?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엄마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전화를 끊은 후, 나는 그녀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의 진단서가 있었다. 말기 백혈병, 예상 생존 기간 3개월.

갑자기 그 미스터리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서연이 항상 읽던 그 책. 페이지 사이에 노란 포스트잇이 끼워져 있었다. 그곳에 밑줄 친 문장이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남겨둔 단서들을 모았다. 침대 밑에서 발견한 기차표, 책상 서랍 속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의 사진, 그리고 그녀의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주소. 나는 그 주소로 향했다.

바닷가 마을의 작은 펜션. 창문으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서연이 창가에 앉아 있었다. 창백한 얼굴로, 하지만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찾았어?"

"네가 남긴 미스터리를 풀었어."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의 재회처럼 자연스럽게.

"난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었는데."

"네가 남긴 흔적들이 너무 선명해서."

우리는 밤새 이야기했다. 그녀의 병에 대해, 그녀의 두려움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해. 아침이 밝아올 때, 서연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 그녀의 숨결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큰 비밀을 품고 있다. 여사친이라는 단어의 안전한 경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녀의 미스터리를 함께 풀어가기로 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든,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