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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아이돌

여사친 아이돌: 비밀의 이중생활

그녀가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내 여사친 민지가 전국 방송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3년간 같은 대학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던, 항상 후줄근한 맨투맨에 안경을 쓰고 다니던 그 민지가 말이다.

화면 속 그녀는 현란한 조명 아래 완벽한 메이크업과 의상으로 변신해 있었다. 익숙한 웃음소리만이 내가 아는 민지라는 증거였다. 짧게 자른 머리는 어느새 긴 웨이브로 변해 있었고, 두꺼운 안경 뒤에 숨겨져 있던 눈동자는 이제 모두가 열광하는 매력으로 빛나고 있었다.

"야, 이게 무슨 일이야?" 곧바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읽음 표시만 떴을 뿐 답장은 오지 않았다.

다음 날 도서관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예상대로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 뒤로도 일주일간 민지는 자취를 감췄다. 학교에서는 갑작스러운 가족 문제로 휴학했다는 소문만 돌았다. SNS도 모두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두 주 후, 한밤중에 도서관 자리에 앉아 있던 내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민지였다. 다시 안경을 쓰고 평범한 옷차림으로 돌아온 그녀였다. 하지만 입가에는 피곤함이 묻어났고, 손가락 끝에는 아직 다 지워지지 않은 네일 폴리시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미안해, 연락 못 받아서."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중생활이 생각보다 힘들더라."

"왜 숨겼어? 우린 친구잖아." 배신감보다는 궁금증이 더 컸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이게 내 마지막 기회였어. 스물넷, 아이돌 지망생으로는 이미 늦은 나이지. 그런데 우연히 캐스팅됐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계약 조건이었어. 학생으로서의 정체성도 지키고 싶었고."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매니저님'이라고 떠 있었다. 그녀는 통화를 거절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널 만나러 온 게 아니야.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와보고 싶었어. 내일부터 정식 연습생 생활이 시작돼. 당분간 학교에 올 수 없을 것 같아."

그녀가 떠난 후, 나는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남겨진 작은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도서관 책장 세 번째 열, 다섯 번째 칸, 『꿈의 해석』 책 안에 내 진짜 이야기를 썼어. 혹시 내가 정말 유명해지면, 그때 출판해줘. 다만 그때까지만 비밀로 해줘.'

지금도 가끔, 텔레비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그 책을 꺼내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빛나는 무대 위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이 조용한 도서관 구석에서 함께 공부하던 내 여사친 민지일까? 아니면 그 시간들조차 그녀에게는 또 다른 무대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