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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연애

여친의 연애 게임

그녀는 자신의 연애를 게임처럼 기록하고 있었다. 내 여친이, 나 말고도 다른 남자들과의 연애를 점수로 매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녀의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한 그날이었다. 진홍빛 가죽 표지 아래 숨겨진 비밀은 내 가슴을 얼음장처럼 차갑게 만들었다.

"유진 - 감성 지수 8점, 외모 7점, 재력 5점, 미래 가능성 6점... 현재 진행형"

유진. 그건 내 이름이었다. 내 옆에는 다섯 명의 다른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고, 각기 다른 점수와 평가가 붙어 있었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가을비 소리가, 그녀가 남겨놓은 붉은색 볼펜의 글씨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일기장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 그날 저녁, 그녀는 평소와 같이 달콤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고, 나는 평소와 같이 대답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천천히 변해가고 있었다.

다음 날, 나는 그녀의 게임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얼마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평소보다 더 비싼 레스토랑으로 그녀를 초대했고, 평소보다 더 비싼 선물을 건넸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재력 점수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일주일 동안 나는 완벽한 남자친구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을 때, 다시 한번 그녀의 일기장을 열었다.

"유진 - 감성 지수 8점, 외모 7점, 재력 7점, 미래 가능성 7점... 최종 후보"

재력과 미래 가능성 점수가 올라가 있었다.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추가되어 있었다.

"지훈 - 모든 항목 10점... 결정"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그녀였다. "오늘 저녁에 중요한 얘기가 있어. 만날 수 있을까?"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긴장되어 있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나도 할 말이 있어." 전화를 끊고 거울을 바라봤다. 내 옆에 놓인 것은 그녀의 일기장이 아니라, 내가 6개월 동안 작성해온 나만의 기록장이었다. 표지에는 '연애 실험 기록'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안에는 다섯 명의 여자 이름과 점수가 적혀 있었다.

가장 위에 쓰인 이름은 그녀였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최종 평가는 단 한 마디. "탈락"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연애 게임에서 말 없는 참가자일 뿐이다. 다만 누가 먼저 게임의 존재를 알아차리느냐가 승패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