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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유튜버

구독과 좋아요 사이: 여친이 유튜버가 된다면

내 여자친구가 백만 구독자 유튜버가 되었다. 정확히는 내가 잠든 사이에.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의 채널 '지현의 아무 말 대잔치'는 구독자 217명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구독자 수 옆에 숫자 '1'과 'M'이 붙어 있었다.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렸다. 알림창은 지현이 내 얼굴을 몰래 찍은 영상에 달린 댓글들로 가득했다.

"자는 남친 몰래 메이크업 하기 ㅋㅋㅋ 대박 현실적임"

나는 황급히 영상을 재생했다. 지현이 내 얼굴에 조심스럽게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장면이 나왔다. 내가 코를 고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이 떨리는 모습, 쿠션 파운데이션을 내 턱에 두드리며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조회수 1500만. 입술이 바짝 말랐다.

"나 이제 인플루언서야. 우리 오빠 인기 많아!" 카페에서 만난 지현이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뒤로 몇몇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우리를 찍고 있었다. 나는 불편하게 몸을 움직였다. "이게 뭐야, 동의도 없이 올린 거잖아."

"사과할게. 너무 잘 됐으니까 이해해줘." 그녀의 눈에서는 반짝임이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오늘 삼청동 브이로그 찍으러 가기로 했잖아."

한 달 후, 지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00만을 넘었고, 매일 협찬 제품들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우리의 데이트는 늘 카메라 앞에서 이루어졌고, 우리의 대화는 편집되었다. "오빠, 더 자연스럽게 웃어봐. 그거 너무 경직됐어." 지현은 매번 내 표정을 지적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카메라가 꺼진 상태에서 대화하지 않았다.

3개월 차, 나는 그녀의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남친 몰래 ○○하기' 시리즈는 항상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내가 잠든 사이 그녀는 내 손에 헤나 문신을 새기거나, 내 머리카락을 조금씩 잘랐다. 시청자들은 내 반응을 보며 웃었고, 지현의 광고 수익은 늘어갔다.

어느 날 밤, 지현이 카메라 설치하는 소리에 깼다. "이번엔 뭐야?" 나는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남친 몰래 이별 통보하기." 그녀가 예상치 못하게 대답했다. "오빠, 우리 그만 만나자. 솔직히 요즘 재미없어. 시청자들도 새로운 콘텐츠를 원해."

지현의 얼굴은 진지했다. 카메라의 빨간 불빛이 어둠 속에서 깜빡였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걸어갔다. 화면 속 내 표정은 처음으로 완벽하게 자연스러웠다. 렌즈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잘가, 여러분. 이제 내 인생은 비공개입니다." 그리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다음 날, 지현의 채널에는 새 영상이 올라왔다. '전 남친이 이별 후 내 카메라를 훔쳐갔습니다 (오열주의)'.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보며, 나는 내 손에 들린 SD카드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우리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었다. 구독자들은 결코 보지 못할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