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의 마지막 재회
카메라를 켜는 순간, 내 얼굴은 언제나처럼 밝게 변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찾아온 일상탐험가 지민입니다!" 구독자 칠십만 명을 향한 나의 인사는 언제나 같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화면 너머로 쏟아지는 댓글 알림이 내 손을 떨리게 했다.
"오늘은 특별한 장소를 찾아왔어요." 목소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카메라를 들고 걸으며 오래된 학교 건물을 비추었다. 십 년 전 폐교된 이곳은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본 장소였다. 녹슨 철문이 바람에 끼익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깨진 창문으로 먼지가 춤을 추며 빛줄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이번 영상은 좀 특별해요. 제 과거를 찾아가는 여정이랄까..." 구독자들은 내가 늘 밝고 유쾌한 콘텐츠만 올린다고 알고 있었다. 도시 속 숨겨진 맛집, 이색 데이트 장소, 예쁜 카페. 하지만 오늘은 나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교실로 들어서자 칠판에 희미하게 남은 분필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수학여행 준비물: 세면도구, 여벌옷, 비상약품...' 열일곱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수학여행 전날, 그날 밤 우리는 이 교실에서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창가에 앉았다. 석양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내 얼굴 반쪽을 붉게 물들였다. "열일곱, 저는 제 가장 친한 친구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눈을 감고 그날을 회상했다. 민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던 순간. 나에게 좋아한다고. 충격과 혼란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교실을 뛰쳐나갔던 나. 다음 날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결국 전학을 간 그. 한 번도 제대로 사과하지 못했던 나의 비겁함.
"나 이제 유튜브 그만두려고."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교실 문간에 그가 서 있었다. 열일곱의 소년이 아닌, 서른의 남자로 변한 민준. 카메라 렌즈 너머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구독자들한테 이별 인사는 했어?"
그제야 알았다. 그가 내 채널의 구독자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오늘의 라이브 방송이 그를 위한 메시지였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미안해, 그때..." 내 말을 자르며 그가 웃었다.
"이미 봤어, 네 모든 영상. 네가 얼마나 변했는지." 그가 내게 다가왔다. "카메라 끄고 제대로 이야기할래?"
떨리는 손으로 라이브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구독자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오류로 보일 테지만, 이건 새로운 시작이었다. 가끔은 진정한 재회를 위해 모든 관객이 사라져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