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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아이돌

여행하는 아이돌: 빛나는 동전의 이면

아이돌로 산다는 것은 영원한 여행자가 되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낯선 도시의 호텔방에서 눈을 떴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쿄의 새벽빛이 내 피부에 닿기도 전에 매니저의 노크 소리가 문을 두드렸다.

"민지야, 30분 후에 출발할 거야. 준비해."

나는 침대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거울 속 내 얼굴은 피곤했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결코 보여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오늘의 일정: 라디오 출연, 팬미팅, 음악방송 사전녹화.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나라로 떠난다.

화장대 위에 놓인 아침 약을 물과 함께 삼켰다. 비타민이 아니다. 스물다섯, 내 몸은 이미 성인병 환자의 그것처럼 여러 약에 의존하고 있었다. 우울증 약은 이제 비타민보다 익숙하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오늘 불러야 할 노래 가사를 되뇌었다. "자유롭게 날아올라, 세상을 품에 안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를 노래하는 내가 가장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팬들은 모른다.

호텔 로비에 내려가자 몇몇 팬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피곤한 얼굴을 지우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내 눈동자는 작은 죽음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었다. 이게 내 직업이니까.

"민지! 이쪽 봐주세요!" "오늘도 예뻐요!"

차에 오르며 창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창문이 닫히는 순간, 내 표정도 함께 닫혔다. 매니저가 일정표를 읽어주는 동안, 나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쿄의 풍경에 정신을 빼앗겼다. 매일 다른 도시,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도 정작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다음 주 월드투어 일정 봤어? LA, 뉴욕, 파리, 베를린..."

그때 내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 어제 팬미팅에서 만난 소녀였다. 병원 침대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민지 언니, 덕분에 힘을 내서 수술 잘 받았어요. 언니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가슴이 저릿했다. 내가 강하다고? 이 아이는 진짜 나를 모른다. 하지만 이 순간, 내 여행의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내가 지치고 힘들어도, 누군가에게는 내 존재 자체가 희망이 된다는 것.

창밖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내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진정한 목적지는 스테이지나 차트의 1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저 소녀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내일도 나는 또 다른 도시로 떠나겠지만, 오늘 처음으로 내 여행의 진짜 의미를 발견한 것 같다.

차가 신호등에 멈췄을 때, 창밖으로 서울행 비행기 광고가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문구 아래, 어쩐지 내 얼굴과 닮은 여자가 미소짓고 있었다. 언젠가 모든 여행을 마치고 진짜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오늘의 첫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