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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튜버

여행 유튜버: 필터 너머의 진실

구독자 100만을 돌파한 날, 내 여행 가방에서 시체가 발견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12개국을 함께 돌아다닌 빈티지 가방 속 이중 바닥에서 피 묻은 메모리 카드가 발견됐다. 그 안에는 내가 절대 촬영한 적 없는 영상들이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함께해서 반가워요. 자, 오늘은 산토리니의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를 소개해드릴게요."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는 내 모습이 화면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내 얼굴이지만 내가 아니었다. 어깨에 맨 배낭의 스트랩 위치, 말투의 미묘한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절대 방문한 적 없는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창 밖으로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넘겨보았다. 내 채널 '세계를 누비는 한나'의 모든 영상과 똑같은 장소, 똑같은 구도,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내용의 영상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 누군가는 내가 여행한 모든 코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나와는 다른 버전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이 골목길 끝에는 관광객들이 절대 모르는 비밀 장소가 있어요." 화면 속 가짜 내가 말했다. 화면은 흔들리며 좁은 계단을 내려갔고, 지하 동굴 같은 공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젊은 여행자들이 무언가를 조립하고 있었다. 폭발물처럼 보이는 것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내 여행 콘텐츠가 테러 조직의 암호였던 걸까? 아니면 내 정체성을 도용해 전 세계 관광지에 테러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음모였을까? 구독자들의 찬사와 브랜드 협찬 제안으로 가득 찬 이메일함을 새롭게 바라보았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섬뜩하게 느껴졌다.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을 닫았다. 내일 아침 업로드할 예정이던 새 영상을 열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특별한 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화면 속 나는 웃고 있었다. 과연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입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창밖으로 어둠이 깊어졌다. 내 여행 영상의 배경 음악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리고 현관문 벨이 울렸다. 문 앞에는 내가 12개국을 함께 돌아다닌 빈티지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든 사람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