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연애게임

연애게임: 승자 없는 전략

"연애는 체스와 같아서, 첫 수를 잘못 두면 끝까지 후회한다."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었다. 하지만 지금, 커피숍 창가에 앉아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는 나는 말 그대로 체스판 위의 킹이 된 기분이었다. 체크메이트까지 몇 수 남지 않은.

우리의 만남은 3개월 전, 우연히 다운로드한 데이팅 앱에서 시작됐다. 프로필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웠던 그녀와의 첫 데이트는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불안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가볍고 경쾌했고, 손끝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차가움과 대조되는 따스함이 전해졌다.

"'좋아한다'는 말을 먼저 하는 사람이 지는 거래." 두 번째 데이트에서 그녀가 한 말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리의 관계가 게임으로 변한 것은. 서로에게 호감을 표현하면서도 한 발짝 물러서는 밀고 당기기.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그녀의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고문과도 같았다. '2시간 20분 35초. 내가 보낸 메시지보다 10분 늦게 답장해야겠어.'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커피숍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지쳐 보였다. 연애라는 게임의 전략가가 되어버린 나는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 마지막 '잘자요'를 보내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수학적 계산의 연속이었다.

그녀가 카페에 들어섰다. 오늘따라 유독 아름다웠다. 머리카락에 맺힌 이슬비가 형광등 빛에 반짝였고, 가볍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서 그녀가 뛰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디테일까지 눈에 들어오는 게 사랑일까, 아니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관찰력일까.

"미안, 늦었지?" 그녀가 말했다. 시계를 확인했다. 정확히 7분 늦었다. 지난번 내가 늦은 시간과 똑같았다. 일부러였을까?

"괜찮아, 나도 방금 왔어." 거짓말이었다. 나는 30분 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의 룰은 상대에게 더 여유 있는 척 보이는 것이니까.

대화는 평소와 같이 자연스럽게 흘러갔지만, 내 머릿속은 다음 수를 계산하느라 복잡했다. 그때,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우리, 이러다 언제 진짜 연애 시작할까?"

그 질문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처음으로 게임의 룰을 깨는 발언이었다.

"무슨 뜻이야?"

"넌 내가 메시지 보낸 시간 체크하지? 나도 그래. 너무 빨리 답장하면 질 것 같고, 너무 늦게 답장하면 너를 잃을까 봐 두려워." 그녀의 눈에서 진심이 보였다. "이젠 지치지 않아?"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승자 없는 게임을 위해 우리는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널 좋아해." 내가 말했다. 게임에서 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연애에선 이제야 첫 발을 내딛은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