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과자: 달콤한 기억의 부스러기
그녀가 남긴 것은 빈 과자 봉지와 절반쯤 채워진 사과향 립밤뿐이었다. 내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그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우리 관계는 과자 같아. 맛있지만 영양가는 없어."
우리의 연애는 편의점 과자 코너에서 시작됐다. 나는 늘 단 것을 찾았고, 그녀는 짠 맛을 좋아했다. 서로의 취향을 놓고 장난스레 다투던 그 날, 그녀는 자신의 과자를 내게 건네며 웃었다. "맛 좀 봐. 인생이 바뀔걸." 그리고 정말로, 내 인생은 바뀌었다.
봄에는 벚꽃 아래서 달콤한 초콜릿을 나눠 먹었고,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 아래 차가운 아이스크림 쿠키를 함께 즐겼다. 가을 산책길에는 고구마 맛 과자를 깨작거렸고, 겨울 영화관에서는 팝콘 한 통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과자 봉지가 우리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마치 사랑의 속삭임 같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변질이 시작됐다. 과자처럼 우리의 감정도 유통기한이 있었나 보다. 처음엔 달콤하고 바삭하던 대화가 점점 딱딱해지고 맥 빠진 과자처럼 질겨졌다. 그녀는 내게 영양가 있는 진지한 이야기를 원했고, 나는 여전히 달콤한 순간들에 집착했다.
"이렇게 계속 과자만 먹으면 영양실조 걸리는 거 알지?" 그녀가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랑이 어떻게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마지막 밤, 우리는 침대에 누워 처음 만났을 때처럼 과자를 나눠 먹었다. 하지만 그 맛은 달랐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달콤함이 아닌 쓸쓸함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우리 관계는 과자 같아. 맛있지만 영양가는 없어. 진짜 식사가 필요해."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사라졌다. 남긴 빈 과자 봉지는 마치 우리 관계의 메타포 같았다. 한때는 가득 차 있었으나 지금은 텅 비어 있고, 내용물은 사라지고 포장지만 남은.
오늘, 편의점에 들른 나는 과자 코너 앞에 서서 망설였다. 단맛도, 짠맛도 끌리지 않았다. 대신 샐러드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양가 있는 것을 먹어보기로 했다. 아마도 그녀가 말한 '진짜 식사'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과자 봉지가 주는 일시적인 행복 대신, 오래도록 나를 지탱해줄 무언가를 찾을 시간이었다.
계산대 앞에 서서 내 선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다음 연애는, 과자가 아닌 영양 만점 식사가 될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