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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남사친

연애의 사각지대: 남사친은 적인가 아군인가

"여자와 남자는 절대 그냥 친구일 수 없어." 창현이 이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눈을 굴렸다. 5년째 내 남사친인 창현은 내 연애 상담을 들어주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봄날, 벚꽃 잎이 살랑이는 한강공원 벤치에 앉아 창현은 내 새 남자친구 동현에 대한 하소연을 듣고 있었다. 동현과 나는 두 달 전 소개팅으로 만났다. 그는 완벽했다. 키 크고 잘생긴 얼굴에 웃는 눈이 매력적인 남자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꾸 연락이 뜸해지고 만날 때도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갔다.

"내가 볼 땐 쟤 딴 맘 있는 것 같아." 창현이 콜라 캔을 꾹 누르며 말했다. 탄산이 터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네가 어떻게 알아? 그냥 바쁜 거야. 프로젝트 마감이래." 나는 반사적으로 동현을 변호했다.

창현은 핸드폰을 내밀었다. "지난주 금요일, 강남 어느 바에서 찍힌 네 남자친구." 사진 속 동현은 낯선 여자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허공에 누군가 펀치를 날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내 목소리가 떨렸다.

"우연히 내 고등학교 친구가 봤어. 네가 보여준 인스타 사진 보고 알아봤대."

그날 밤, 나는 동현에게 직접 물었다. 그는 처음엔 부인했지만, 증거 앞에서 결국 인정했다. "미안해... 그냥 일시적인 감정이었어..."

창현에게 바로 연락했다. 그의 집 앞에서 만나 술을 마셨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동안, 창현은 묵묵히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향수와 섞인 그의 체온이 이상하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사실... 내가 네 남자친구들 다 싫어했던 이유는..." 창현이 말을 멈췄다. 술에 취한 그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 "네가 상처받는 걸 보기 싫어서야."

그 순간, 5년 동안 보지 못했던 진실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창현의 얼굴을 제대로 본 건 그때가 처음인 것 같았다. 그의 눈에 담긴 감정들, 항상 내 연애 상담을 들어주던 인내심, 내가 울 때마다 건네던 위로의 말들.

"나 바보 같지?" 창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대답 대신,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희미한 경계선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분명 술 때문일 거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도, 내 심장은 창현의 이름을 속삭이고 있었다.

"이제 와서 묻는 건데,"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자와 남자는 정말 그냥 친구일 수 없을까?"

창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입술이 내 대답을 봉인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 때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가장 마지막에 보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