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남친: 그림자의 춤
오빠의 남친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비 내리는 화요일 저녁이었다. 도서관 유리창에 빗방울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내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했다. 유진이 보낸 메시지는 짧았다. '너랑 얘기할 게 있어.'
유진은 내 오빠 정우의 남친이자 내가 일하는 도서관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는 항상 문학 코너에 앉아 시집을 읽었고, 가끔 내게 커피를 사주며 책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그런 대화가 좋았다. 연애라곤 대학 입학 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에게, 그의 이야기는 다른 세계의 창문 같았다.
"민지야, 나 정우랑 헤어질 것 같아." 카페 구석에서 유진이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머그잔 테두리를 따라 불안하게 움직였다. "왜?"라고 묻는 대신, 나는 침묵했다. 어떤 질문들은 답을 이미 알고 있을 때만 던질 수 있으니까.
"네가 좋아." 예상했던 말이었지만, 실제로 들으니 가슴이 무너졌다. "정우는 알아?" 내 목소리가 떨렸다.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는 더 세차게 내렸다. 우산 아래 웅크린 채, 나는 오빠의 연애에 끼어든 죄책감과 유진에게 느꼈던 알 수 없는 감정 사이에서 갈등했다. 내가 유진의 말에 설렜던 건 아니었을까? 그 생각이 나를 더 괴롭혔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 정우 오빠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유진에게서 온 메시지를 읽고 있었고, 그 얼굴에는 내가 본 적 없는 슬픔이 어려 있었다. "민지야, 유진이 나한테..." 오빠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 순간 나는 결정했다. "오빠, 유진 씨가 나한테 고백했어." 오빠의 눈이 커졌다. "네가 너무 소중해서 그런 말 못 했대. 근데 나는..." 내 목소리가 작아졌다. "나는 그냥 친구로만 생각한다고 했어."
정우 오빠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배신감, 안도감,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왜 말해줬어?" 그가 물었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내가 대답했다. 반은 진실, 반은 거짓말이었다.
다음 날, 유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한테 말했어. 우리 셋 다시는 만나지 말자.' 그리고 도서관 일을 그만뒀다. 때로는 연애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기회를 희생하는 것. 아니면 어쩌면, 그저 상처받기 전에 도망치는 것.
몇 달 후, 오빠와 유진은 여전히 함께였다. 오빠는 내게 유진이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고마워한다고. 비 내리는 날마다, 나는 그날의 선택을 생각한다. 내 첫 연애는 시작되지도 않은 채 끝났지만, 어쩌면 그것은 연애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교훈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