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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남편

연애와 남편: 기다림의 그림자

그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나는 10년 후 그가 내 남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자리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대학 동아리방의 형광등 아래, 누군가의 소개로 마주 앉은 그의 얼굴은 지금 내 침대 옆에서 코를 골며 자는 남자의 얼굴과 판이하게 달랐다. 젊음이 무르익은 그때의 얼굴에는 가능성이라는 빛이 서려 있었다.

첫 데이트 날, 그는 반 시간을 늦었다. 거리의 벚꽃은 분홍빛 눈처럼 내 머리 위로 떨어졌고, 나는 그 시간 동안 다섯 번 이상 그에게 전화를 걸까 말까 고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미 신호가 있었다. 그는 항상 늦었고, 나는 항상 기다렸다. 연애란 그런 것이라고, 사랑은 인내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결혼 2년 차, 남편이 된 그는 더 이상 데이트에 늦지 않았다. 데이트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찾던 영화관 대신 그의 손에는 게임 컨트롤러가, 내 손에는 설거지 거품이 묻어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라고 말할 때마다 그의 눈이 잠시 동요했지만, 곧 "아, 그래?"라는 건조한 대답만 돌아왔다.

어제, 결혼 5주년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준비했다. 와인, 촛불, 그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그리고 그는 퇴근 후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며 문자 한 통으로 늦는다고 알려왔다. 촛불은 자신의 몸을 태우며 점점 작아졌고, 와인은 코르크를 뽑은 채 공기와 만나 점점 산화되었다. 스테이크는 차갑게 식었다.

새벽 1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술에 취한 그는 침대에 몸을 던지듯 누웠다. 나는 그의 옷깃에서 낯선 향수 냄새를 맡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우리가 연애할 때는 어땠어?"

그는 몸을 돌려 내게 등을 보였다. "좋았지, 뭐. 근데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잖아."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침대 위에 희미한 사각형을 그렸다. 그 빛 안에서 나는 서랍에 고이 접어둔 이혼 서류를 떠올렸다. 남편의 코골이 소리가 방안을 채웠다.

연애는 기다림의 예술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결혼은 포기의 기술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새로운 시작의 용기일지도.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조용히 일어섰다. 서랍을 향해 손을 뻗으며, 더 이상 그를 기다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간혹 사랑의 가장 진실된 형태는 떠나는 것임을, 그리고 자신을 향한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는 순간임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