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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뉴진스

연애와 뉴진스: 2023년의 사랑 문법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우리의 관계는 뉴진스의 인기만큼 짧았을까." 창밖으로 내리는 가을비를 바라보며 진우는 생각했다. 그의 에어팟에서는 '하입 보이'가 낮은 볼륨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6개월 전, 그는 댄스 학원에서 민지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항상 뉴진스 안무를 완벽하게 따라 추는 여자였다. 처음엔 그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 시작했지만, 'OMG' 커버 영상을 함께 찍으며 그들의 관계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민지의 웃음소리는 여름 햇살처럼 따뜻했고, 그녀가 춤을 출 때마다 공기 중에 퍼지는 달콤한 바닐라 향수 냄새는 진우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인스타 릴스 하나가 우리의 시작이었고, 틱톡 하나가 끝이었어." 그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화면에는 민지가 다른 남자와 함께 'Super Shy' 챌린지를 하는 영상이 멈춰 있었다. 그가 민지와 똑같은 안무를 연습하던 날, 그녀는 이미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였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마치 진우의 고막을 두드리는 것처럼. 요즘 젊은이들의 연애는 왜 이렇게 쉽게 시작되고 쉽게 끝나는 걸까? 그는 민지와 나눴던 대화들을 떠올렸다. 뉴진스의 새 앨범에 대한 기대, 코코아를 넣은 아메리카노의 맛, 그리고 언젠가 함께 가고 싶다던 제주도 여행. 그 모든 대화가 이제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건너뛰는 노래처럼 의미 없이 느껴졌다.

"이별도 트렌드를 따르나 봐," 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뉴진스의 노래처럼 갑자기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가, 또 다른 유행이 오면 금세 잊히는 그런 관계였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들의 관계는 안무처럼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동작을 따라하는 것에 불과했던 걸까?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 한 통. "오늘 연습실 어때? 새 안무 배웠어." 민지가 아닌 다른 여자, 댄스 학원에서 새로 알게 된 수진이었다. 진우는 잠시 망설였다. 또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번엔 어떤 노래에 맞춰 그의 마음이 춤을 추게 될까?

비가 그치고 있었다. 진우는 창가에 맺힌 물방울들이 서로 만나 하나가 되어 흘러내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마치 모든 관계가 그렇듯, 만남과 이별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에어팟에서는 이제 '디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 8시에 만나자. 이번엔 어떤 노래야?" 2023년의 연애는, 뉴진스의 음악처럼 짧고 강렬하게 번쩍이다가도,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