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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다이어트

연애 다이어트: 우리가 지워낸 모든 것들

그녀가 떠난 후, 나는 우리 관계에서 가장 무거웠던 부분들을 하나씩 덜어내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연애 다이어트.

먼저 침대 왼쪽 절반을 정리했다. 그녀의 자리였던 곳에 책과 노트북을 올려놓았다. 공간이 생기니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6kg 감량. 그녀의 체중보다는 적지만, 내 마음의 무게로는 꽤 상당했다.

다음은 냉장고였다. 딸기 요거트와 라즈베리잼, 그녀만 먹던 저지방 우유를 버렸다. 3kg 추가 감량. 요거트 뚜껑을 쓰레기통에 버릴 때 핑크색 플라스틱이 희미하게 반사되는 모습이 그녀의 웃음처럼 느껴졌다.

"다이어트는 억제가 아니라 선택이야," 그녀가 늘 말했던 것처럼, 나도 선택했다. 그녀의 향수 냄새가 밴 베개커버를 세탁했다. 4kg 감량. 자스민과 바닐라 향이 물에 녹아 사라지는 동안, 스마트폰에서 그녀의 사진들도 삭제했다. 1.2kg의 디지털 무게가 사라졌다.

밤에는 그녀가 좋아하던 드라마를 보지 않기로 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 함께 보던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5kg 감량. 웃음소리가 없어서였을까, 거실이 갑자기 넓어진 느낌이었다.

삼 주 째, 친구가 물었다. "그래서 얼마나 뺐어?" 나는 계산했다. "대략 20kg 정도?" 하지만 몸은 오히려 더 무거워진 것 같았다. 다이어트 중인데 살이 찌다니. 아이러니했다.

한 달 째, 목욕탕 거울에서 그녀의 칫솔과 화장품들을 치웠다. 그제서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눈 밑의 다크서클, 무표정한 얼굴. 누가 봐도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두 달이 지나, 결국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이 '연애 다이어트'는 실패하고 있었다. 기억과 감정은 지방이나 탄수화물처럼 간단히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지워낼수록, 그녀의 흔적은 더 선명해졌다.

결국 다이어트를 중단했다. 대신 그녀와의 기억을 포용하기로 했다. 아픔도, 행복했던 순간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오늘 아침, 오랜만에 몸무게를 쟀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처음으로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진짜 다이어트는 지워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