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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부모님

연애의 무게와 부모님의 그림자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부모님께 거짓말을 했다. "친구 집에서 자고 올게요"라는 말이 입에서 새어나오는 순간, 어머니의 눈빛이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른 살이 코앞인 내게도 이런 변명이 필요했다. 윤재를 만난 지 백일째 되는 날이었으니까.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는 한강변 아파트에서 윤재는 와인 두 잔을 따랐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진주 목걸이처럼 반짝였다. 그의 손이 내 손을 덮었을 때, 마치 내 마음속 오랜 겨울이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휴대폰은 두 시간마다 정확히 울렸다. "밥 먹었니?", "친구네 집 따뜻하니?", "아침에 일찍 들어와라." 나는 메시지를 확인할 때마다 윤재에게서 조금씩 멀어졌다.

"네 부모님은 왜 그렇게... 네가 마치 열여덟인 것처럼 대하시는 거야?" 윤재의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열여덟 살 때 오빠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부모님에게 내가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는 것을. 그들의 과보호는 사랑이자 공포였다.

그날 밤, 윤재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연애는 내게 있어 자유의 상징이자 죄책감의 원천이었다. 부모님의 사랑이 내 삶을 둘러싼 투명한 감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는 언제나 '우리 막내'였고, 그들에게 나는 마지막 빛이었다.

다음 날 아침,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윤재의 문자를 받았다. "함께 살자." 단 두 단어가 내 삶의 무게를 통째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어머니의 전화가 왔다. "아침 일찍 나왔더니 안개가 너무 예쁘구나. 네가 보고 싶어서 사진 찍었어."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 현관 앞에 서자, 부모님 집 창가에 어머니의 실루엣이 보였다.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 휴대폰에는 윤재의 메시지와 어머니가 보낸 안개 사진이 함께 있었다. 두 개의 사랑 사이에서, 나는 누구의 것도 저버릴 수 없었다.

현관문을 열기 전, 결심했다. 오늘은 부모님께 윤재를 소개하겠다고. 그리고 우리의 관계도. 어쩌면 부모님의 사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고 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부모님도 자신들이 만든 투명한 감옥에서 나를 풀어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을 열자 어머니의 미소가 나를 맞이했다. 그 미소 속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 나 역시 그들에게 연애였다는 것을, 그들의 마지막이자 영원한 연애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