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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연애소설: 우리가 쓰는 이야기

"모든 연애는 소설이다. 가끔은 로맨스고, 때로는 비극이며, 어떤 때는 미스터리다." 그녀가 이별을 통보하며 남긴 마지막 문장이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정확히 3년 2개월이 걸렸다.

윤서는 소설가였다. 아니, 정확히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낮에는 글을 썼다. 그녀의 노트북 화면에 반사된 형광등 불빛이 그녀의 까만 눈동자에 별처럼 반짝였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 나는 그녀의 눈에 비친 내 모습도 작은 별처럼 반짝이길 바랐다.

연애는 정말 소설 같았다. 처음에는 서로를 알아가는 설레는 프롤로그,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가며 만들어진 탄탄한 본문, 그리고 예상치 못한 갈등과 반전. 윤서는 내 일상을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다. 처음에는 그게 특별하다고 느꼈다. 내 삶이 누군가의 예술이 된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해졌다. 내 약점, 실수, 상처까지도 그녀의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나의 가장 사적인 순간들이 문장으로 재구성되어 낯선 독자들에게 전시되는 기분이었다.

"당신은 내 인생을 소설처럼 소비하고 있어." 마지막 다툼에서 내가 한 말이다.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은 더 이상 별빛 같지 않았다. 끝내 그녀는 떠났고, 마지막 말로 그 문장을 남겼다.

그 후 3년간 나는 그녀의 소설을 찾아 읽었다.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녀의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나와 달랐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오늘, 그녀의 신작 소설을 샀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 헌사가 눈에 들어왔다. "당신에게, 내 소설이 되어준 모든 이에게." 그제야 깨달았다. 윤서가 내게서 찾은 것은 소재가 아니라 영감이었다. 그녀는 나를 소비한 것이 아니라, 나와의 관계 속에서 작가로 성장했던 것이다. 모든 연애가 소설인 이유는, 그것이 두 사람 사이에서 창조되는 유일무이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나도 이제 나만의 이야기를 써볼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고. 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이라는 소설의 작가이자 주인공이니까. 그리고 내 소설의 다음 장은 아직 백지 상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