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연애: 우리가 사랑한 같은 남자
언니의 결혼식 날, 나는 부케를 잡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내게 던져진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정확히 조준된 것이었다. 언니의 눈빛에서 미묘한 의도가 읽혔다. 연애에 서툴렀던 동생을 위한 마지막 배려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비밀을 영원히 묻기 위한 작은 의식이었을까.
"수민아, 너도 이제 좋은 사람 만나." 언니의 목소리에 담긴 떨림을 나만 알아차렸다. 언니의 새하얀 웨딩드레스 자락이 봄바람에 살랑거렸다. 그 순간 나는 우리가 함께 키웠던 작은 정원의 들장미처럼, 한 남자를 두고 얽혔던 지난 2년의 시간이 떠올랐다.
지훈을 처음 본 건 내가 먼저였다. 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같은 책을 찾던 그의 손이 내 손에 닿았을 때, 봄날의 정적을 깨는 천둥처럼 심장이 요동쳤다. 그의 미소는 오래된 책장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같았다. 커피 한 잔을 핑계로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밤하늘의 별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언니에게 지훈을 소개한 것은 순전히 내 실수였다. "언니, 친구 좀 만나자." 가볍게 던진 제안이 우리 자매의 운명을 어떻게 뒤바꿔 놓을지 그때는 몰랐다. 셋이 함께한 저녁 식사에서 언니는 평소보다 화려하게 웃었고, 지훈은 언니의 매력에 자연스레 빠져들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의 눈빛이 언니를 향해 반짝이는 순간, 나는 침묵했다.
이후 몇 달은 고문과도 같았다. "지훈이 어제 영화 보자고 했어." 언니의 행복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차가운 차를 마시고, "너무 좋겠다."라고 대답했다. 내 입술은 미소 짓고 있었지만, 심장은 유리처럼 깨져 내 안에서 산산조각 났다.
그러던 어느 날, 지훈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수민아, 너에 대한 내 마음을 더는 숨길 수가 없어." 나는 읽고 또 읽었다. 오래도록 꿈꿔왔던 고백이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 메시지는 언니의 남자친구에게서 온 것이었다. 스크린 너머로 떨리는 그의 마음이 전해졌다. "하지만 네 언니도 내게 소중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리 셋 사이의 진실은 한 번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지훈의 메시지를 삭제했고, 언니의 연애를 축복했다. 때로는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받아들였다. 자매로서의 유대가 그것이었다.
이제, 언니의 부케를 손에 쥐고 서서, 나는 마침내 내려놓는다. 축하객들의 환호성이 귓가를 맴도는 가운데, 지훈과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서 읽히는 복잡한 감정들. 그리고 언니의 행복한 미소. 내가 선택한 침묵이 옳았음을 확신하게 된다.
결혼식장을 나서며 부케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꽃이 시들기 전에 말린 후 책갈피로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자매의 연애는 그렇게 한 권의 책처럼 덮혀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혼자만의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