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재밌는 밀크셰이크
그녀의 웃음소리는 딸기 밀크셰이크 같았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한번 맛보면 자꾸 생각나는. 카페 구석에 앉아 지호는 그녀가 자신의 어설픈 농담에 웃을 때마다 가슴이 간질간질해졌다. 첫 소개팅인데, 이렇게 웃음이 끊이지 않는 건 좋은 신호일까?
"그래서 당신은 실제로 천체 물리학자라고요?" 소현이 커피잔을 양손으로 감싸며 물었다. 그녀의 손톱에는 작은 별들이 그려져 있었다.
"네,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일을 하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지호는 잠시 망설였다. "당신의 미소에 담긴 비밀이 더 궁금한데요."
소현은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기며 웃었다. "오, 우주보다 제 미소가요?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은데요."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시간은 중력을 무시하고 빠르게 흘렀다. 두 시간이 지났을 때, 지호는 이미 소현의 고양이 이름(아인슈타인), 좋아하는 음악(재즈), 그리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별자리(카시오페이아)까지 알고 있었다.
"다음 주에 천문대에서 특별 관측 행사가 있어요. 같이 갈래요?" 지호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좋아요, 우주를 보여주세요." 소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다음 주, 천문대에서 소현은 망원경으로 토성의 고리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그녀의 눈에 비친 별빛이 지호의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했다. 그날 밤, 그들은 첫 키스를 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지호는 편의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친구 민수에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진짜 천체 물리학자인 척 언제까지 할 거야?" 민수가 물었다.
"모르겠어. 이제 와서 사실 편의점 야간 알바생이라고 말하기가 너무 어렵잖아. 처음엔 그냥 재미있는 소개팅이라 생각했는데..."
"너 정말 미쳤구나. 소현 씨가 얼마나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네가 말해놓고."
지호는 아이스크림 막대를 돌리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내일 천문대에서 만나기로 했어. 거기서 모든 걸 고백할 거야."
다음날, 천문대 앞에서 소현을 기다리며 지호는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했다. 멀리서 소현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평소와 달리 굉장히 긴장한 표정이었다.
"지호 씨, 사실 제가 먼저 고백할 게 있어요." 소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실 저는 천체 물리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카시오페이아가 뭔지도 모르고, 사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재즈가 아니라 트로트예요. 그냥... 당신이 천체 물리학자라고 해서 맞춰준 거였어요."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다. 연애란 때로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재밌는 밀크셰이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달거나 너무 진하지 않게, 서로의 맛을 조금씩 배우며 만들어가는 그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