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직장 사이: 위험한 줄타기
그 날도 회의실 유리창 너머로 그녀의 시선을 느꼈다. 뜨겁고 위태로운, 들키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는 시선. 나는 발표 자료에 집중하는 척 고개를 숙였지만, 심장은 이미 그녀의 것이었다.
"이번 분기 프로젝트 책임자는 김 대리로 결정했습니다." 부장의 말에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다들 내 승진이 코앞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김 대리가 바로 '그녀'라는 것도. 우리의 비밀 연애가 막 피어나던 시점이었다.
엘리베이터 안, 그녀와 단둘이 남았을 때 커피 향기 속에 감춰진 그녀의 향수 냄새가 나를 덮쳤다. "축하해." 내 목소리는 의도치 않게 차갑게 나왔다. 그녀는 서류 더미를 꼭 끌어안은 채 바닥만 응시했다. "이거 아니야,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거..." 기계적인 숫자의 상승과 함께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퇴근 후, 회사 근처 술집의 어두운 조명 아래서 소주잔을 비웠다. 옆자리에서 동료들은 "역시 김 대리는 부장님 조카라더라"며 수군거렸다. 얼음장 같은 현실이 몰아쳤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내 커리어를 빼앗았다는 배신감과, 그녀를 의심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몸부림쳤다.
새벽 두 시,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요. 이 프로젝트, 내일 아침에 거절할게요." 나는 화면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답장을 보냈다. "그러지 마. 네 실력으로 뽑힌 거야. 내가 어리석었어."
다음날, 나는 그녀의 책상 위에 작은 축하 카드를 올려놓고 출장을 떠났다. 3일 후 돌아왔을 때, 그녀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모니터에는 사직서가 출력된 채로 남아있었다. 내 이름 앞으로 쓰인 편지와 함께.
"사랑과 일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면, 나는 우리를 선택할래요. 하지만 당신은 열정을 갖고 있는 일을 포기하면 안 돼요. 언젠가 우리가 만약 같은 회사가 아닌 곳에서 다시 만난다면..."
1년 후, 나는 승진했고 그녀는 경쟁사에서 팀장이 되었다. 우리는 업계 행사에서 다시 마주쳤다. 명함을 교환하며 그녀가 속삭였다. "이제 우리는 같은 직장 동료가 아니에요."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바닥에 전화번호를 그렸다. 가끔은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돌아오는 방식이 있다. 연애와 직장 사이, 우리는 마침내 줄타기의 끝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