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취업, 취업의 연애
"연애는 취업과 같다. 둘 다 자기 PR이 핵심이지." 과장된 이력서를 만들고 있던 민지는 고개를 들어 친구 서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이 불편한 진실처럼 귓가에 맴돌았다.
민지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이 일주일 전에 지나갔다. 열 번의 면접에서 아홉 번의 탈락 통보를 받은 그녀에게, 면접장의 냉정한 조명은 소개팅 테이블 위의 촛불만큼이나 잔인했다. 양쪽 모두에서 자신을 판매하는 느낌이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선택해주세요."
서연은 민지의 이력서를 훑어보더니 혀를 찼다. "너무 솔직해. 이건 연애도, 취업도 아니야. 진실의 90%만 보여주는 게 예의야." 서연의 조언대로 민지는 '열정적인'을 추가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했다. 마치 소개팅에서 자신을 과장하듯이.
다음 날, 민지는 대기업 면접장 앞에 서 있었다. 거울을 보며 연습한 미소를 지었다. 이 미소는 소개팅에서도, 면접에서도 같은 목적을 가졌다. '저를 좋아해주세요. 저를 선택해주세요.'
"취미가 무엇입니까?" 면접관의 질문에 민지는 잠시 망설였다. 독서라고 하면 너무 뻔하고, 등산이라고 하면 너무 흔했다. 소개팅에서와 마찬가지로 특별하게 보이고 싶었다.
"저는 도시 탐험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카페와 숨겨진 장소들을 발견하는 것이 제 에너지원이에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단지 '혼자 카페에서 시간 보내기'를 좀 더 세련되게 포장한 것뿐.
면접이 끝나고 민지는 카페에 앉아 오늘의 면접을 복기했다. 옆 테이블에선 소개팅 중인 커플이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마치 면접처럼 흘러갔다. 학벌, 직업, 가족 관계... 서로를 이력서처럼 탐색하고 있었다.
일주일 후, 민지의 핸드폰이 울렸다. 합격이었다. 그날 저녁, 친구들과의 축하 자리에서 서연이 물었다. "이제 취업했으니 연애도 시작해볼까?"
민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이제 진짜 나로 살아볼래. 연애든 취업이든, 더 이상 나를 판매하는 기분으로 살고 싶지 않아."
그날 밤, 민지는 데이팅 앱을 삭제했다. 그리고 회사 메일함에는 입사 포기 의사를 담은 메일을 보냈다. 민지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을 선택받기 위해 포장하는 순간, 연애도 취업도 결국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쩌면 진정한 선택이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상대와 장소를 찾는 용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