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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호텔

연애 호텔: 5층에서의 고백

그녀가 호텔 카드키를 내게 건넸을 때, 나는 그것이 단순한 투숙 초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로비의 수정 샹들리에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민지의 눈동자에는 내가 5년 동안 읽어온 그 망설임이 여전했다.

"5층 512호야. 8시에 올라와." 그녀는 그것만 말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카드키 표면에 반사된 내 얼굴은 공포와 기대가 뒤섞인 모습이었다.

우리의 관계는 항상 경계선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왔다. 대학 동기에서 직장 동료로, 그리고 이제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를 이 상태로. 수많은 술자리와 야근 뒤에도, 우리는 한 번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오늘 밤, 그 선이 마침내 무너질 것인가.

호텔 바에서 용기를 위해 마신 위스키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시계는 7시 55분을 가리켰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심장이 버튼처럼 튀어나올 것 같았다.

512호 앞에 서서, 카드키를 문에 갖다 대기 전 나는 잠시 망설였다. 녹색 불이 깜빡이고, 문이 열렸다. 실내는 어둡고, 발코니 커튼만이 저녁 바람에 살랑거렸다. 방 안에서는 은은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들어와도 돼요." 민지의 목소리가 욕실 쪽에서 들려왔다.

침대 위에는 흰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봉투를 집어 들었다. 안에는 종이 한 장. 그리고 첫 문장부터 나는 얼어붙었다.

'우리의 마지막 연애 상담을 시작할게요.'

욕실 문이 열리고 민지가 나왔다. 평소와 다름없는 청바지 차림이었다. 그녀의 눈가는 붉었고, 손에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고백할 용기를 내게 해준 건 당신이에요. 당신은 5년 동안 내 연애 상담사였고... 이제 그 역할이 끝났어요."

나는 그제야 이 호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이곳은 우리의 시작이 아닌, 끝이었다. 그녀가 내게 건넨 것은 기회가 아닌, 작별이었다.

"그는 오늘 프러포즈했어요. 그리고 난... 승낙했어요."

방 창문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갑자기 흐릿해졌다. 눈물 때문인지, 현실의 충격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당신에게 직접 말하고 싶었어요.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미안한지."

나는 웃으려 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축하해. 네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

그날 밤, 나는 같은 호텔 9층 객실에 묵었다. 혼자서. 민지가 준 카드키는 내 지갑 한구석에 아직도 남아있다. 가끔은 이 키가 열어준 것이 호텔 방문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꽁꽁 잠겨있던 진실이었다고 생각한다. 연애란 결국, 우리가 묵는 호텔 같은 것. 잠시 머물다 체크아웃 할 수밖에 없는 임시 거처일지, 아니면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장소가 될지는... 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