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사진: 멈춘 순간의 흔적
셔터를 누르는 순간, 세상은 멈춘다. 그 비밀을 알게 된 건 내 다리가 멈췄을 때였다.
마라톤 결승선을 앞두고 터진 햄스트링. 의사는 육 개월간 달리지 말라 했다. 열두 번의 풀코스를 완주한 내게 달리지 말라는 건 숨 쉬지 말라는 것과 같았다. 재활실에서 보내는 지루한 시간, 나는 병원 창가에 서서 달리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움직임이 눈부셨다. 몸에 밴 습관처럼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으로 무심코 사진을 찍었다.
"와, 대단한데요."
재활 치료사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그녀는 내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달리는., 검은 실루엣 한 사람, 그 뒤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 그리고 저물어가는 태양. 의도한 적 없는 구도와 빛의 균형이 완벽했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순간을 포착하는 재능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날부터 나는 달리는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처음엔 재활 과정을 기록하려는 목적이었다. 나의 멈춰버린 시간과 타인의 움직이는 시간을 대비시키는 일종의 자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달릴 때와는 전혀 다른 시공간이었다.
공원에서 요가하는 노부인의 주름진 손, 농구장에서 점프하는 소년의 발끝, 자전거 페달을 밟는 여성의 종아리 근육. 셔터를 누를 때마다 움직임의 한 조각을 훔치는 기분이었다. 달리기를 할 때는 결코 보지 못했던 세상이었다.
육 개월 후, 의사는 달려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러닝화 대신 카메라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마라톤 대회장, 이번엔 참가자가 아닌 사진작가로서. 출발선에 선 천 명의 달리는 사람들, 그들의 눈에 서린 결의, 공포, 기대, 흥분. 한 장면 한 장면을 담을 때마다 나도 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전시회 개막일, 내가 찍은 '움직임의 기록들'이 벽에 걸렸다. 달리는 이들의, 뛰는 이들의, 날아오르는 이들의 순간들. 그리고 중앙에는 특별한 한 장이 있었다. 재활치료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 그 뒤로 달리는 사람들의 실루엣.
누군가 내게 물었다. "운동과 사진, 어느 쪽이 당신의 진짜 열정인가요?"
나는 미소지었다. "둘 다요. 운동은 내 몸을 움직이게 하고, 사진은 시간을 움직이게 합니다. 결국은 같은 일이죠. 멈춰있는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햄스트링이 찢어진 그날, 나는 달리기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움직임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은 것이었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종종 넘어진 자리에서 피어난다. 마치 셔터 버튼을 누르는 그 찰나의 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