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소개팅: 땀으로 시작된 인연
그녀가 러닝머신 위에서 나를 쳐다보는 순간, 나는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분당 180회로 뛰는 내 심장이 갑자기 박동을 놓친 것 같았다. 휘트니스센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땀에 젖은 얼굴에 당혹감까지 더해져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정현씨, 맞죠? 민지 친구예요. 오늘 소개팅 상대." 그녀는 내 이어폰을 빼앗듯 말을 걸었다. 소개팅은 분명 저녁 7시 카페였다. 그런데 오후 5시, 내가 매일 찾는 헬스장에서 그녀를 마주치다니. 더군다나 내가 가장 취약한 상태로.
"아, 네... 유진씨?" 어색하게 대답하며 러닝머신을 멈췄다. 내 얼굴은 이미 운동으로 붉어져 있어서 다행이었다.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있었으니까.
"민지가 당신이 이 헬스장 다닌다고 해서 일부러 왔어요. 미리 만나면 저녁에 덜 어색할 것 같아서." 그녀는 당당했다. 러닝머신 옆에 서서 물병을 홀짝이는 그녀의 운동복 차림이 묘하게 어울렸다.
"원래 소개팅 전에 상대방 스토킹하는 스타일이신가 봐요?" 나도 모르게 농담이 튀어나왔다.
"스토킹이 아니라 사전 조사죠. 당신 인스타그램에는 운동 사진만 가득하던데... 실제로 보니 사진보다 근육이 좀 작네요."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이 소개팅이 평범하지 않을 거란 걸 직감했다. 보통 여자들은 내 운동 사진에 '멋있다'는 칭찬만 했지, 근육이 '작다'고 평가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럼 유진씨는 인스타에 올리신 사진처럼 5km를 23분에 뛰실 수 있나요?" 나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증명해 볼까요? 지금?"
우리는 그렇게 소개팅 장소인 카페 대신 공원 트랙을 달렸다. 그녀는 정말로 5km를 23분에 뛰었고, 나는 간신히 그녀를 따라잡았다. 결승선에서 숨을 헐떡이며 마주 보는 우리의 모습이 우스웠다. 땀에 젖은 얼굴, 흐트러진 머리, 그리고 어딘가 진실된 표정.
"이게 소개팅의 새로운 방식인가요?" 내가 물었다.
"사람은 가장 힘들 때 진짜 모습이 드러나요. 당신, 생각보다 괜찮네요." 그녀가 물병을 건넸다.
그날 밤, 우리는 예정된 식사 대신 24시간 편의점에서 단백질 쉐이크와 삶은 계란으로 단백질 파티를 열었다. 소개팅은 최악이었지만, 그 어떤 데이트보다 진솔했다.
지금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여전히 달리기 기록이 올라오지만, 사진 속에는 항상 내가 뒤에서 절레절레 따라가는 모습이 함께한다. 때로는 가장 어색한 만남이 가장 자연스러운 인연으로 발전한다는 걸, 우리는 5km의 달리기로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