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운동: 땀방울 너머의 약속
그날의 폭염은 아스팔트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38도. 손목시계의 작은 온도계가 가리키는 숫자는 작았지만, 그 무게는 내 어깨를 짓눌렀다. 나는 운동화 끈을 다시 한번 묶으며 숨을 골랐다.
"이런 날 뛰다가 쓰러지면 내가 책임 못 져." 창가에서 부채질하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따라왔다. 대답 대신 손을 흔들며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매년 여름, 나는 이 무모한 의식을 치른다. 여름 한복판에 달리기. 의사는 이것을 '자해 행위'라고 불렀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운동화 밑창을 통해 발바닥을 지졌다. 그럼에도 나는 달렸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심장박동과 발걸음 소리에 묻혀 희미해졌다. 이마에서 시작된 땀방울이 눈을 찌르고, 목을 타고 내려가 셔츠를 적셨다.
한강변 벤치에 무너지듯 주저앉았을 때, 나는 다시 그해 여름을 떠올렸다. 대학병원 중환자실. 의사가 내게 건넨 차가운 종이 한 장. 심장 비대증. 그리고 아버지의 유언. "내 아들, 약해 보이는 심장이라도 단련시키면 네 편이 된다."
처음에는 복수였다. 심장에 대한, 여름에 대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무더위 속에서 내 몸을 학대하는 것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응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년째 여름 러닝을 지속하면서 깨달았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라 대화였다.
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에 젖은 얼굴을 쓸었다. 멀리서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순간, 내 심장은 불평 없이 뛰고 있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버지가 예언했던 대로.
물통을 들어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며 일어섰다.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더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아스팔트에 찍히는 젖은 발자국이 점점 희미해졌다. 마치 여름이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처럼.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아까 그 할머니가 여전히 창가에 앉아 있었다.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나는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셔츠 주머니에서 오늘 의사가 건넨 새 진단서를 꺼내보았다. '심장 상태 호전'. 종이 한 장의 무게가 이렇게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집 현관문을 열기 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름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내년 여름에도, 그리고 그다음 여름에도, 나는 달릴 것이다. 이제는 복수도, 애도도 아닌, 나와 아버지, 그리고 여름과의 약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