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호텔: 심장을 달구는 42층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순간은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거짓말할 때라는 걸 나는 42층 호텔 헬스장에서 깨달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트레드밀 위에서 호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은 내 맥박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오늘도 열심히 하시네요." 호텔 피트니스 트레이너 민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의 말은 칭찬 같지만 눈빛은 의문을 담고 있었다. 내가 이 럭셔리 호텔에 3주째 머물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매일 밤 같은 시간에 헬스장을 찾는다는 것이 이상해 보일 테니까.
땀방울이 이마에서 턱을 타고 목덜미로 흘러내렸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낯설었다. 검은 트레이닝복이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었고, 눈은 불안하게 주변을 훑고 있었다. 달리기를 멈추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내 손목에 찬 고급 시계는 오후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민준이 말했다. "호텔 규정상 자정에는 시설을 닫아야 해요."
고개를 끄덕이며 물병을 집어 들었다. 창가로 걸어가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42층 아래, 호텔 입구에서는 검은 세단 한 대가 엔진을 켠 채 서있었다. 약속 시간까지 30분. 심장이 다시 요동쳤다.
"사실은," 내가 민준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내일이면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체크아웃이세요? 장기 투숙객이라 친해진 터라 아쉽네요."
웃음을 지었지만 입꼬리가 떨렸다. 민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관찰력이 뛰어났다. 세 주 동안 그는 내가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룸서비스만 시키며, 밤에만 운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누구에게서 숨고 있는지, 왜 매일 밤 창밖을 확인하는지는 모를 것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내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 호텔 헬스장은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니었다. 이곳은 내 피난처였고, 민준은 의도치 않게 내 유일한 대화 상대였다.
샤워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왔다. 침대 위에는 여행 가방이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USB 하나와 새 여권이 놓여 있었다. 창문으로 다시 밖을 내다보니 검은 세단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 럭셔리 호텔의 헬스장에서 매일 달리며 기다린 순간이 드디어 오고 있었다.
침대에 앉아 민준에게 쓸 메모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진실은 가끔 가장 견고한 근육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지니기도 합니다." 내일 아침, 그가 출근하면 이 호텔의 진짜 투숙객이 누구였는지 전 세계가 알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