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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회사

유튜버의 회사: 빛나는 렌즈 뒤 그림자

구독자 100만 달성 축하 케이크의 촛불이 꺼지자마자, 나는 다음 영상의 댓글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유튜버로서의 내 삶이었다. 성공과 불안이 함께 춤추는 삶.

"윤재씨, 다음 분기 콘텐츠 계획안 회의 시작해요." 매니저 수진의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렸다. 내 채널 '윤재의 하루'는 이제 작은 회사가 되어 있었다. 직원 8명, 월 수익 5천만 원. 나는 유튜버였지만, 동시에 CEO였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시청자 데이터 분석표와 광고주 제안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웃던 내 얼굴은 이곳에선 언제나 굳어 있었다. 구독자들은 내 영상에서 따뜻함과 친근함을 느낀다고 했지만, 이 회의실에서는 차가운 숫자와 그래프만이 중요했다.

"최근 3개월간 시청자 이탈률이 7% 증가했어요. 콘텐츠 방향성을 좀 더 대중적으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마케팅 담당 직원의 말이 귀를 파고들었다. 내가 처음 시작했던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는 점점 밀려나고 있었다.

스튜디오를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한 팬이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유튜브에서 형 덕분에 많은 용기를 얻었어요. 형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그의 눈에는 동경이 가득했다.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사인을 해주었다. 그는 내가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콘텐츠 기획과 촬영, 편집 지시를 하며 보내는 시간을 알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내일 촬영할 '자유롭고 즉흥적인 여행' 영상을 위한 치밀한 각본과 스케줄표가 화면에 떠올랐다. 3일간의 촬영, 20개의 협찬 제품, 7개의 필수 방문 장소. 모든 것이 계산되고 계획된 '즉흥성'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첫 영상을 올렸을 때부터 나를 응원해주던 친구였다. "윤재야, 요즘 영상들 뭔가 달라졌어. 예전처럼 너답지 않아." 그의 말이 가슴을 찔렀다. 나도 알고 있었다. 내 콘텐츠가 '제품'이 되면서 내 진심은 조금씩 희석되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서울의 밤 풍경이 펼쳐졌다. 내가 꿈꾸던 자유로운 크리에이터의 삶은 어느새 또 다른 형태의 회사 생활이 되어 있었다. 카메라 앞에선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렌즈가 꺼진 후에는 매출과 지표에 쫓기는 CEO가 되어 있었다.

노트북을 덮고 오랜만에 첫 영상을 다시 보았다. 장비도, 편집 기술도 부족했지만, 내 눈빛에는 진실함이 있었다. 내일 아침, 나는 오랜만에 계획표 없이 카메라만 들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유튜버이기 전에, 회사 대표이기 전에, 다시 한번 '나'로 돌아가 보기로.

화면을 끄자 모니터에 내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천만 구독자가 보는 그 얼굴이, 진짜 나의 얼굴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