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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의 MBTI: 16가지 가면 중 진짜는 어느 것

구독자 100만을 돌파한 날, 나는 카메라 앞에서 울었다. 진심으로 감동한 척. 촬영이 끝나고 혼자 남은 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눈물을 위해 사용한 양파조차 필요 없었다. 감정을 연기하는 데는 이제 전문가가 되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 MBTI를 공개하는 특별한 날이에요!" 내 목소리는 항상 실제보다 두 옥타브 높았다. 구독자들은 이 목소리를 내 진짜 목소리라고 믿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건 ENFP 박지민이었다. 활기차고, 긍정적이며, 친근한. 카메라가 켜지면 나는 그가 되었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은 지쳐 있었다. 편집 프로그램은 내 무표정한 얼굴 위에 수십 개의 타임라인을 펼쳐 보였다. 각 타임라인마다 다른 '나'가 있었다. 웃는 나, 놀라는 나, 감동하는 나. 모두 계산된 감정들이었다. 데이터가 증명했다. ENFP 콘텐츠의 조회수는 항상 20% 이상 높았다.

구독자들은 댓글에 "지민이는 역시 ENFP! 너무 티가 나!" 라고 썼다. 웃음이 나왔다. 내 책상 한쪽에는 MBTI 검사 결과지가 있었다. INTJ. 나는 차갑고, 분석적이며, 전략적인 사람이었다. 카메라 앞의 나와는 정반대였다. 그게 내 전략이었다. 알고리즘은 감정을 좋아했고, 나는 알고리즘에 충실했다.

"이번 영상이 10만 좋아요를 넘기면 제 진짜 MBTI를 공개할게요!" 라고 약속하는 영상을 올렸다. 댓글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사람들은 진실을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들이 원하는 건 더 많은 콘텐츠, 더 많은 드라마였다. 그들은 이미 내 MBTI가 ENFP라고 확신했다. 내가 INTJ라고 말한다면? 아마 '진정성 없는 유튜버'라는 타이틀과 함께 떠나갈 구독자들을 상상할 수 있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편집실의 불빛만이 내 얼굴을 비추었다. 모니터에 비친 내 표정은 무감정했다. INTJ다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카메라를 켜고 녹화 버튼을 누르자, 마치 마법처럼 표정이 바뀌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특별한 날이에요! 드디어 제 진짜 MBTI를 공개합니다!"

카메라 앞에서 나는 종이를 들어 보였다. 그것은 방금 전 새로 출력한 MBTI 검사 결과였다. ENFP라고 적혀 있었다. "역시 제가 ENFP였네요! 여러분이 다 맞추셨어요!"

편집을 마치고 영상을 업로드한 후, 나는 원래의 INTJ 결과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찢어 휴지통에 버렸다. 쓰레기통 속에는 이미 여러 버전의 MBTI 결과지들이 있었다. ISFP, ESTP, INFJ... 콘텐츠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했던 가면들이었다.

창문 밖으로 새벽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매일 카메라 앞에서 다른 사람이 되는 동안,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혹시 INTJ도 또 다른 가면은 아닐까?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은 피곤했지만, 바로 아래에서는 실시간으로 구독자 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묘한 공허함이 나를 채웠다. 아마도 다음 영상은 "유튜버의 정체성 위기"에 관한 것이 될 것 같았다. 조회수가 잘 나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