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연애: 우리가 사랑한 그 남자
누나의 일기장을 훔쳐봤을 때, 나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그의 이름이,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과 같다는 것을. 그것도 단순히 동명이인이 아니라 정확히 '그 사람'이라는 것을.
"윤서야, 오늘 데이트 어땠어?" 누나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황급히 노트북 화면을 바꿨다. 그와 주고받은 메시지들이 누나의 눈에 들킬 뻔했다. 달콤한 고백과 약속들. 모두 거짓말이었을까?
"그냥 그랬어, 언니." 나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네 누나에 대해선 말하지 마. 복잡해질 뿐이야."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누나의 일기장에는 석 달 전의 만남부터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나를 만나기 두 달 전부터. 누나의 글씨체는 날카로웠다. '그가 내게 첫 키스했다' '함께 바닷가 펜션에서 하룻밤을' 읽어가며 내 심장은 산산조각 났다.
저녁 식탁에서 우리 셋은 마주 앉았다. 누나, 나, 그리고 엄마. 누나의 목소리가 밝게 울렸다. "다음 주에 소개할 사람이 있어. 내가 사귀는 남자." 젓가락이 내 손에서 미끄러졌다. 소리가 너무 컸다.
"무슨 일 있어?" 엄마가 물었다.
"아니에요." 내 목소리는 가늘었다. 그날 밤, 나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 누나 윤아랑 만나고 있어?' 그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다음 날, 그는 나를 카페로 불렀다. 햇살 가득한 오후였지만, 우리 사이에는 그림자만 짙었다. "미안해. 모든 게 우연이었어. 네가 그 윤아의 동생인 줄 몰랐어." 그의 변명은 허술했다.
"누나한테 말할 거야?" 내 질문에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발... 시간을 줘." 그가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피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누나에게 말해야 할까? 그럴 수 없었다. 누나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렸다. 어릴 적 누나는 항상 나를 지켜주었다. 내 장난감을 빼앗아 간 아이들에게, 비 오는 날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나에게, 항상 나는 누나의 보호 아래 있었다.
그날 밤, 결심했다. 그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누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나와의 일은 잊어줘. 누나가 행복했으면 해.' 보내고 나서, 그와의 모든 대화를 삭제했다.
다음 주 일요일, 누나는 그를 데리고 왔다.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당혹감이, 내 눈에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윤서씨." 그가 어색하게 인사했다. 누나는 그의 팔짱을 끼며 행복하게 웃었다.
누나가 부엌으로 갔을 때, 그가 작게 속삭였다. "고마워." 나는 대답 대신 미소로 답했다. 내 첫사랑은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누나의 연애는 계속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자매는 같은 남자를 사랑했던 기억을, 평생 다른 방식으로 간직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