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과의 재회: 10년 만의 선물
"네가 돌아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커피숍 창가에 앉은 민준은 10년 만에 재회한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는 여전했지만, 눈가의 주름은 지난 시간을 증명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대학까지, 우리는 '절친'이라는 타이틀로 묶여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일 수 있냐는 주변의 의문을 비웃으며 우리는 서로의 연애 상담을 들어주고, 시험 전날엔 밤새 전화하며 공부했다. 하지만 졸업 후 내가 갑작스럽게 해외로 떠나면서 연락은 자연스레 끊겼다.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는 민준의 손가락에 반지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SNS에서 그의 결혼 소식을 본 지 3년이 지났는데. 묻고 싶었지만, 10년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아직 어색함이 남아있었다.
"요즘은 뭐하고 지내?" 그가 물었다.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는 그의 습관은 변함없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어. 그때 네가 내 글 재밌다고 한 거 기억나? 그게 용기가 됐어." 커피 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안경에 서렸다. 닦으려는 순간, 그가 휴지를 건넸다.
"항상 준비가 되어 있구나, 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아직도 그 회사 다녀?"
민준은 잠시 침묵했다. "두 달 전에 퇴사했어. 사실... 이혼도 했고."
갑작스러운 고백에 당황했지만, 민준은 담담했다. "서로 너무 달랐어. 네가 있었다면 그런 결혼 안 했을 텐데."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10년 전, 떠나기 전날 밤.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했던 진심이 되살아났다.
"미안해..." 내 말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할 거 없어. 오히려 나야말로... 네가 떠나던 날, 공항에서 기다렸어. 하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지."
놀라움에 숨이 막혔다. "무슨 말을...?"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내 딸이야. 주말마다 만나."
그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의 눈을 닮은 여자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널 많이 닮았네," 내가 말했다.
"사람들은 그녀 엄마 닮았대. 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나야." 민준이 웃었다. "이번 주말에 놀이공원에 데려가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 네가 쓴 동화책 좋아해서 사인해달라고 조를걸."
우리 사이에 10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 시간은 우정을 지우지 못했다.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미련이나 아쉬움보다, 지금 이 순간 다시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좋아, 가자." 대답하며 생각했다. 때로는 재회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하는 것인지도. 남자와 여자가 친구로 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우리는 10년의 시간이 증명했듯, 그 '불가능'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일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