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재회, 마지막 남친
그가 카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열 번의 재회와 열 번의 이별을 반복했던 그 사람, 내 마지막 남친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 커피 스팀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이 창가에 맺힌 빗방울과 어우러져 그의 실루엣을 아련하게 만들었다. 나는 숨을 참았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동안, 테이블 아래서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지영아." 세 번의 맥주, 두 번의 소주,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의 커피가 만들어낸 감미로운 목소리. 그의 말에서는 여전히 봄날의 산뜻함과 겨울 끝자락의 쓸쓸함이 공존했다. 그는 내 앞에 앉아 익숙한 웃음을 지었다.
"보기 좋게 성공했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고급 시계와 맞춤 양복이 5년 전 헤어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진 그의 위치를 증명했다. 그 시절 우리는 월세가 밀려 짐을 싸던 날에도 웃을 수 있었다.
"너도... 많이 변했어." 그의 눈이 내 왼손 약지에 머물렀다. 반지가 없는 그곳에서 그는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나는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돌렸다. 카페 창밖으로 내리는 비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준영아, 왜 연락했어?" 5년 만의 재회. 갑작스러운 메시지. 우리가 처음 만났던 이 카페. 그것은 우연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가방에서 낡은 봉투를 꺼냈다. "이거, 네 것이야. 돌려주러 왔어." 내가 열었을 때, 그 안에는 우리의 마지막 여행에서 찍은 폴라로이드와 내가 그에게 썼던 편지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마치 타임캡슐처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의 질문은 공기 중에 멈춰 섰다.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조용히 설명했다. "난 다음 주에 시카고로 떠나. 3년 계약이야. 떠나기 전에... 한 번만 제대로 인사하고 싶었어."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현우 오빠'라는 이름. 내 약혼자였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준영의 눈은 이미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야." 그의 미소가 슬프게 깊어졌다. "넌 항상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었으니까."
우리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카페를 나설 때, 그는 우산을 나에게 건넸다. "가져가, 비가 심해지고 있어." 마지막 배려. 내가 그를 기억하는 방식.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그의 우산 아래서 울었다. 봉투 속 편지들 사이에서 떨어진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당신은 내 인생에서 유일한 남친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가 그쳤을 때, 나는 약혼 반지를 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때로는 재회가 완전한 이별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날 나는 깨달았다.